“SNS, 이용 안 해도 괜찮을까요?” 깊어가는 대학생의 SNS 이용 고민

이수진 기자

서울예대 공연학부 서범준 씨(23)에게 SNS는 단순히 지인들과 소통하고 일상을 기록하는 수단 이상이다. 캐스팅 담당자가 ‘#배우, #영화, #캐스팅’과 같은 해시태그를 통해 서 씨의 SNS 게시물을 보고 다이렉트 메시지(DM)로 촬영을 제안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미디어렙 DMC미디어가 제작한 DMC Report의 2020 소셜 미디어 이용 행태 및 광고 접촉 태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SNS 이용자는 사람과의 소통, 정보 검색, 콘텐츠 소비와 같은 목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

<사진 1> ▲ 2020년 4-5월 동안 SNS 이용 경험이 있는 20-50대 남녀 1,000명이 응답한 소셜 미디어 이용 이유이다. 정보, 콘텐츠 소비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출처= DMC미디어, 2020 소셜 미디어 이용 행태 및 광고 접촉 태도 분석 보고서)

DMC Report의 보고서에 따르면 흥미로운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는 답변이 8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서(83.8%)’, ‘최근 이슈와 트렌드에 대해 알고 싶어서(78.9%)’라는 응답도 다수 나타났다. 이외에도, 의사소통과 전자상거래에 관련한 이용 목적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현재 SNS는 이용자의 삶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도움을 준다. 한편 SNS가 활용되는 분야가 늘고 그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SNS 비이용자는 이용자보다 친목과 대외활동 측면에서 비교적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는 문제도 뒤따른다.

있으면 피곤하고 없으면 소외되는 SNS?

JOMO(Joy Of Missing Out)란 개인을 둘러싼 많은 정보, 관계로부터 스스로 고립되기를 원하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중시하는 가치관과 1인 가구가 증가하며 확산된 JOMO는 온라인 세계에도 나타났다. SNS를 끊거나 디지털 기기의 사용시간을 줄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JOMO의 등장과 SNS의 영향력 증가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SNS의 주이용층인 20대의 고민이 깊다. 피로감을 감수하고 SNS를 활발히 이용할지, 대표적인 소통공간이자 정보공유의 장을 잃더라도 SNS를 멀리할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SNS는 대학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대학은 출신 지역과 같은 환경이 다양한 사람이 모인 교육기관이다. 새로운 사람과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흔히 이용하는 방법은 SNS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홍소정 씨(20)는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너 인스타그램 해? 맞팔(맞팔로우)할래?”를 가장 많이들은 말로 꼽았다. 이미 SNS를 사용하고 있던 홍 씨는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동기와 친해졌다. 그러나 “학기 초에 선배나 동기와 친해지기 위해 SNS를 시작한 사람도 있다”며 SNS를 통한 친목이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홍 씨와 같은 사례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간한 연구 보고서 「사회적 및 개인적 선행요인들이 SNS 이용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 국내 대학생들의 페이스북 이용을 중심으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문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관계 형성을 위해 새로운 정보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압력이 SNS의 사용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이도연 씨(20) 역시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 SNS를 통해 집단으로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자신의 SNS 계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평소 게시글을 자주 올리지 않아, 계정 공유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임 구성원이 서로의 계정을 팔로우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이 씨는 “제 의지로 계정을 공유하지 않기로 선택했지만, 그래도 다 같이 팔로우하는 분위기에서 홀로 소외돼 어색했어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유승철 교수(45)는 앞으로 SNS를 통해 대인관계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경향은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NS가 발달할수록 긍정적 영향력과 부정적 영향력이 모두 증가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SNS의 장단점을 인지하고, 자신만의 이용 철학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라며 자기 성찰과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SNS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인가 보조인가, 대외활동에서의 SNS

<사진 2> ▲ 위에서부터 차례로 공모전·대외활동 정보 사이트 위비티(WEVITY)(8월 18일 기준)와 스펙업(8월 21일 기준)에 게시된 대외활동의 SNS 관련 요구 비율을 정리한 표이다. (출처= 이수진 기자)

SNS는 대학생의 대외활동에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많은 대외활동이 지원자의 개인 SNS 정보를 지원서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8월 18일 기준으로 공모전·대외활동 사이트 위비티(WEVITY)에서 진행 중인 대외활동의 지원서를 확인한 결과, 105개의 대외활동 중 75개 활동에서 지원자의 SNS 주소를 요구했다. 전체의 70%가 넘는 비율이다. 그중 12곳은 지원자의 SNS 주소뿐 아니라 팔로워 수, 방문자 수와 같은 자세한 수치를 적도록 요구했다.

지원서에 SNS 주소를 요구하지 않은 30개의 대외활동 중 8개는 영화제나 봉사활동과 같은, 오프라인에서만 진행되는 활동이다. 8개 외에도 일부 대외활동은 지원서에 SNS 주소를 직접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선발 우대사항으로 ‘SNS 활발 이용자’를 제시했다.

공모전·대외활동 정보 사이트 스펙업에 게시된 대외활동의 상황도 비슷하다. 8월 21일 기준으로 진행 중인 대외활동 87개 중 70%가 넘는 활동(62개)이 SNS 주소를 요구했다. 그중 13개는 팔로워 수와 같은 세부 정보도 요구했다. 또한, SNS 정보를 요구하지 않은 25개 중 12개가 대면 봉사활동, 야외행사 봉사와 같이 온라인과 무관한 활동이었다. 결국, SNS 비이용자가 SNS에 대한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는 대외활동 종류와 수는 SNS 이용자에 비해 현저히 적다.

<사진 3> ▲ 순서대로 특허청,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영등포구청의 대외활동 지원서이다. 각각 SNS 링크와 수치를 요구하고 있다. (출처= 특허청,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영등포구청 대외활동 지원서)

상대적 박탈감, 사생활 노출을 이유로 인스타그램을 그만뒀던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방지연 양(19)은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대외활동에서 요구하는 ‘SNS 이용자’라는 조건 때문이다. 특히 SNS 팔로워 수, 방문자 수까지 요구하는 지원서를 볼 때마다 방 양은 “대외활동 모집의 목적이 20대의 지식과 에너지인지, 아니면 많은 팔로워 수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의 확보인지 모르겠다”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금미경 씨(21) 역시 개인 SNS를 요구하는 대외활동을 접한 후 거부감을 느꼈다. 활동할 ‘사람’이 아니라, SNS를 이용할 수 있는 마케팅 ‘도구’를 선발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진 4> ▲ 대외활동·공모전 사이트 링커리어의 커뮤니티 실시간 BEST 10위에 오른 글이다. (출처= 링커리어 사이트)

개인 SNS를 요구하는 대외활동에 불편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건 방 양과 금 씨뿐만이 아니다. 대외활동·공모전 사이트 링커리어에도 대외활동과 SNS 이용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글쓴이는 대외활동 지원을 위해 SNS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활발한 SNS 이용’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SNS 계정이 없거나 SNS 이용이 활발하지 않으면 대외활동 선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윤호영 교수는 개인의 진로 목표를 고려해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SNS 이용이 중요한 분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으므로 모두가 SNS를 관리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SNS 계정이나 수치를 묻는 대외활동에 지원하는 경우에 대해 윤 교수는 진로와 같은 목표를 위해 개인 SNS 채널을 활용하기로 한 지원자의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이수연 씨(20)도 대외활동을 위해 공개 SNS를 이용하는 일이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택 과정에서 SNS 이용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씨는 “전체 대외활동에서 SNS 관련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SNS 이용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김영욱 교수(54)는 “SNS 이용이 강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라며 활발한 SNS 이용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이윤을 얻고자 대학생에게 SNS를 통한 공짜노동을 요구하고, 대학생은 이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SNS 이용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SNS 이용이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비이용자가 소외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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