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 호캉스, 득과 실

홍소정 기자

<사진 1>▲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한산한 호텔 내 모습이다.(출처=엄세진 씨 제공)

‘호캉스’란 호텔과 바캉스가 합쳐진 합성어로, 휴가를 호텔로 떠나는 행위를 말한다. 호캉스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호캉스는 호텔에 머물며 수영장, 사우나를 비롯한 호텔 내부 시설을 이용하는 행위를 가리켰다. 최근에는 호캉스를 떠나는 사람이 호텔 주위에 있는 명소나 식당에 방문하는 문화로 발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이후 해외여행이나 장거리 여행에 부담을 느낀 대중은 호캉스로 여행을 대신 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이수빈 씨(21)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해외 방문학생을 마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지난 5월과 6월, 호캉스를 다녀왔다. 방문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조식을 운영하지 않아 이 씨는 호텔 주변 식당을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관광명소 주변 식당의 이용객보다 호텔 주변 식당의 이용객이 적어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은 적었다. 이 씨는 “혼잡한 장소를 돌아다니기보다 호캉스를 떠나 호텔 주변 식당을 방문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호캉스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호캉스는 호텔 업계에만 도움이 된다? 사회적으로도 긍정적 영향 끼쳐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2020년 6월 외국인 방한 여행객은 전년 동월대비 97.5% 감소, 내국인 해외 여행객은 98.1% 감소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강성만 교수(39)는 “호캉스 장려를 통해 호텔 내 조식이나 기타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피해를 입은 호텔 업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라며 호캉스에 긍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투숙객이 호텔 주위 식당을 방문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변한 소비자의 관광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양질의 호캉스 상품들이 많이 등장해 코로나19 시국 속 지친 국민을 위로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세종대 호텔관광경영학과 이슬기 교수(40)는 호캉스가 여행을 대체하는 단어이자 여행이라는 현상의 특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호텔은 출장이 목표인 사람뿐만 아니라 호텔을 휴가 대신 이용하는 사람의 욕구까지 충족시켜야 한다”라며 여행 상품으로서의 호캉스를 제안했다.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여가 생활 대체제, 호캉스?

<사진 2>▲ 호텔 내 라운지에서 식사하는 모습(출처=박시언 씨 제공)

호텔의 대응을 보며 청결 측면에서 안심하게 된 이용객이 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박시언 씨(20)는 제주도로 가려던 가족 여행을 취소하는 대신 지난 7월 서울의 한 호텔로 갔다. 박 씨는 “라운지 식사는 뷔페 형식이었지만 음식을 가지러 갈 때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했고, 일회용 위생 장갑과 함께 집게를 써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영장, 사우나와 같은 호텔 내 시설을 이용할 때 호텔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하도록 이용 인원에 제한을 둔다. 서울의료보건고 고은희 보건교사(50)는 “호텔이 이용 인원을 조절하는 행위가 외부 시설을 이용할 때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교수(59) 역시 한국의 감염자 수가 적기 때문에 해외여행보다는 국내 여행, 특히 호캉스가 낫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확진자 발생 시 호텔의 이용객 추적이 다른 시설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나 호캉스를 즐기며 불안감을 떨칠 수 없던 이용객도 있다. 이화여대 전자전기공학전공 장효원 씨(20)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계획했던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자 지난 7월 강릉으로 호캉스를 떠났다. 장 씨가 호텔을 이용할 당시 모든 객실이 만석일 정도로 이용객이 많았다. 장 씨는 “조식을 이용할 때 호텔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이정민 씨(22)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러워 지난 7월 서울로 호캉스를 다녀왔다. 이 씨는 호텔 내 수영장을 이용하고 있는 다른 투숙객을 보며 “마스크를 쓴 채로 수영을 할 수 없고, 최소 1m 간격을 유지하기 힘들어 보인다”라며 집단 감염을 걱정했다.

방역 문제가 해결된 호캉스? 계속되는 집단 감염 속 안심할 수 없는 상황

호캉스의 부흥은 지역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코로나 시국 속에서 호캉스가 여행의 완벽한 대체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의료보건고 백기진 보건교사(51)는 유흥주점을 방문하며 일상생활을 즐기기보다는 소수의 친구, 가족과 안전한 곳에서 격리된 호캉스가 낫지만,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은 여전히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에 노출돼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호텔 내 조식 이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백 교사는 호캉스를 떠나 주변의 일반 식당을 방문하는 행위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료보건고 김경남 보건교사(44)는 “호텔에서 방역을 충분히 한다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비전문가에 의한 방역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무증상 감염 위험성이 여러 사례를 통해 밝혀졌다며 발열 체크와 같은 우선적 조치의 예방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호캉스는 격리 개념이 아니라 서비스 개념이기 때문에 호텔에서 투숙객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현재 시점에 휴가를 위해 호캉스를 즐기는 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종식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박경옥 교수(48) 역시 호캉스에 우려를 표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서 지난 6월 4일에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방역관리자 업무 안내>에 따르면 식당, 호텔과 같은 시설을 환기 시설, 군집도를 비롯한 5가지 기준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고 있다. 질본의 발표를 바탕으로 보면 호캉스가 일반 식당에 비해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호텔의 관리 정도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 안심할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된 정보와 호캉스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적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유례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갖고 호캉스를 떠나기보다 충분한 정보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기를 추천한다”라며 방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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