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권 보장 못 한 대학과 화난 학생들… ‘등록금 반환 소송의 시작’

김은서 기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학년도 1학기 대부분의 대학이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이때까지와는 다른 형식의 교육이 이뤄졌으며, 학생들은 기존에 학교에서 제공되던 시설이나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없었다. 대학은 고등교육이라는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이고 학생은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학생’ 간의 ‘공급자-소비자’ 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됐다. 따라서 공급자인 대학에 책임을 묻기 위한 수단으로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 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표 1>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의 등록금 수입, 재정수입총액, 국고보조금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정책자료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은 8,760달러(한화 약 1,042만원)이다. ‘서울 지역 대규모 사립대학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사립대 146개교의 등록금 수입은 모두 9조8,450억 원으로, 재정수입총액의 39.9%를 차지한다. 반면 대학 설립 주체인 학교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돈인 법인전입금은 6,804억 원으로, 수입총액의 3.7%에 불과했다.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해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12년째 등록금 동결이 이어지면서 재정적자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2>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에서 제작된 포스터로 5월 14일 기자회견에 대해 알리고 있다. (출처=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페이스북)

현재 진행 중인 등록금 반환 소송,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를 비롯한 ‘등록금 반환 운동본부’는 지난 5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등록금 반환소송 및 법안개정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대넷은 “코로나19 사태가 4개월째 이어지며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학생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결정 속에서 대학가에 재난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학생은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교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전과는 다른 수업방식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운동본부는 고등교육법과 등록금 규칙에 대한 법안개정 서명운동을 선포하며 상반기 등록금 즉각 반환, 고등교육법과 등록금 규칙 개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등록금 반환에 대해 대학은 ’재정난‘, 교육부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1일 등록금반환운동본부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42개 대학 소속 3,500여 명의 학생이 대학과 국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다”라고 밝혔다. 운동본부가 5,6월 온라인으로 모집한 전국 대학생 총 3,463명이 소송인단으로 참여한다. 본부는 교육부와 대학이 사립대 학생에게 1인당 100만원, 국공립대학 학생에게는 50만원씩 일괄적으로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덧붙여 각 학생이 실제 납부한 등록금에 따라 반환 청구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7월 29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대학의 등록금 반환 지원을 위한 용도로 2,718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하지만 운동본부는 “학교당 등록금의 약 10%, 1인당 40만원 정도만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요구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규모라고 비판했다. 운동본부가 지난 5월 24~28일 전국 198개 대학의 학생 1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은 평균적으로 등록금의 59%가 반환돼야 한다는 여론이 존재했다.

해외에서도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움직임이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등교하지 못한 대학생이 등록금 및 기숙사비 환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대학은 그간 최고 7만 달러(약 8,500만원)에 해당하는 고액등록금을 배정해왔다. 그러나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로 고액등록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교육을 받을 수 없으니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는 컬럼비아대, 코넬대를 비롯한 ‘명문대’도 다수 포함돼 있다.

대학등록금 반환 소송, 학생의 인식은?

이화여대 수학과에 재학 중인 김지은 씨(20)는 오프라인 개강 때보다 온라인 수업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짐을 체감했다. 그로 인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진행하고 있는 반환 요구에 관심을 갖고 서명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코로나 특별 장학금을 마련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는 “본교에서 제공한 코로나 특별 장학금의 취지는 좋았지만 조건과 절차가 까다롭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특별 장학금보다 학생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등록금 반환이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등록금 반환 소송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도 존재한다.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인 지민주 씨(21)는 “이미 온라인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기에 등록금 반환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생각해 반환 운동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라며 등록금 반환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등록금 반환 소송은 전국의 대학생이 교육부와 대학을 상대로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등록금 책정 당시 약속받았던 학습의 질을 보장받지 못한 학생들의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방안이다. 전대넷은 대학등록금 반환 소송을 ‘등록금 일부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반환 소송의 효과는?

6월 30일 건국대학교와 총학생회는 약 두 달간의 논의 끝에 ‘코로나 19’로 인한 학습권 침해 보상 차원으로 등록금의 8.3%를 반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전국의 대학 측은 이번 반환소송을 계기로 등록금의 일부 반환 혹은 특별장학금마련과 같은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립대 29개교와 서울시립대까지 총 30개교의 국공립대가 1학기 등록금을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원회는 3차 추경안에 등록금 반환 지원 명목으로 2,718억 원의 추경 예산을 요구했으나 본회의를 거치면서 1000억 원만이 통과됐다. 학생과 정부가 인식하는 피해 규모의 괴리가 이번 3차 추경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한양대학교 총무팀 관계자는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이버학습에 대한 실태 파악과 수업의 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고, 특별장학금의 형식으로 15만원씩 반환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또 개별 대학이 재정적 도움 없이 스스로 학생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등록금 반환을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제도적인 지원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이번 반환 소송을 통해 대학 재정이 등록금에만 과도하게 의지하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각 대학은 재정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방안을 내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또,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가 고등교육기관에 일정 부분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같은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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