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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이예경 기자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에 재학 중인 김수현 씨(22)는 몇 달 전 SPA 브랜드(제조·유통을 함께 하는 중저가 의류 브랜드)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을 동시에 구매하다 충격을 받았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품질이 눈에 띄게 차이 난다 느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같은 가격대임에도 남성복에 비해 봉제가 약하고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여성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저도 평생 여성복만 사봤으니 이번에 오빠 옷을 구매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았겠죠. 그런데 모르면 몰랐지 남성복으로 대체 가능한 의류는 더이상 여성복으로 못 사겠더라구요.” 김 씨는 서로 다른 제품이 아닌 동일한 가격과 동일한 제품명으로 출시가 된 옷조차 여성복과 남성복은 재질과 완성도에서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여성복 품질에 불만을 느낀 건 김 씨만이 아니었다. 여성 의류의 품질과 가격 논란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2019년 여름, 네티즌이 트위터에 게시한 동일 브랜드의 여성 의류와 남성 의류를 비교하는 사진이 큰 반응을 얻으며 인터넷에서 논란이 번지기 시작했다. 트위터에는 이에 공감하는 이용자의 글이 잇달아 게시되며 논란은 더욱 화제가 되었다. 네티즌은 티셔츠, 셔츠, 슬랙스와 같은 다양한 품목을 남성복과 비교하며 여성복 품질을 비판했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에서만이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임을 강조했다.
여성복의 품질 논란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다시금 여성복의 품질 논란에 관한 글이 게시되며 또 한 번 여성 소비자의 분노를 샀다. 6월 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논란과 관련한 여러 글에 댓글이 1000개가 넘었을 정도로 네티즌의 공감을 샀고, 디자이너가 설명하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원단 차이에 대한 글에는 2000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자신의 옷장 속 남성복과 여성복을 비교하는 네티즌의 글도 줄을 이었다.
여성복의 품질 논란에서 남성복과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옷의 봉제 방식이었다. 여성 의류의 봉제는 대부분 오버로크로 이루어진 반면 남성의류는 쌈솔 혹은 통솔을 사용해 시접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오버로크는 옷감의 앞뒤를 휘감아 올이 풀리지 않게 하는 바느질 방식으로 한 번의 박음질로도 완성되어 봉제가 쉽고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반해 쌈솔과 통솔은 한번 박은 시접을 고정하여 또 바느질하는 방식으로 두 번 이상의 박음질을 필요로 하지만 보기에 더욱 깔끔하고, 편안한 촉감을 자랑한다. 또한, 쌈솔과 통솔 방식은 원단의 이음새를 강화하여, 빨래해도 옷이 쉽게 틀어지지 않아 내구성이 약한 오버로크에 비해 더 고급 봉제에 속한다. 김 씨는 “자신이 구매한 거의 모든 티셔츠의 마감이 오버로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라며 “자신의 옷이 쌈솔 봉제를 사용한 오빠의 옷에 비해 유달리 잘 상한다는 느낌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복은 남성복과 비교해 더 비실용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남성용 슬랙스는 허리 안쪽에 고무줄을 내장하여 깔끔하고 편안하게 허리둘레를 조절할 수 있지만, 여성용은 고무줄이 없거나 허리 뒷면을 통으로 밴딩 처리하여 우글거리는 고무줄 모양이 드러난다는 사실이었다. 일반적으로 여성용 슬랙스에는 남성용 슬랙스의 진짜 뒷주머니 대신 주머니 모양을 흉내만 낸 ‘페이크 포켓’이 있다는 점도 지적을 받았다. 또한, 여성용 슬랙스는 남성용 슬랙스와 달리 주로 바지 안감을 덧대지 않고 시접을 오버로크로만 마감하고 있었다.
여성의류의 품질 논란 과연 사실일까?
이러한 논란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의류매장을 방문하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요소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8일 국내 SPA 브랜드인 ‘지오다노’ 매장을 방문하여 확인한 결과, 매장에 있는 모든 여성용 티셔츠의 목 부분은 오버로크 방식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반면 매장에서 가장 저렴했던 남성용 티셔츠를 포함한 대다수의 남성용 티셔츠는 목 부분이 쌈솔 방식으로 마감되어 있었다. 가격과 컨셉이 동일한 여성복와 남성복의 대표 제품을 비교해도 차이는 여전했다. ‘전지현 크루넥 슬럽 티셔츠’와 ‘헨리 크루넥 반팔 티셔츠’의 차이는 여성용과 남성용 의류라는 사실뿐이었지만 서로 다른 봉제로 시접을 마감했다. 역시 쌈솔을 사용한 쪽은 남성용 티셔츠였다. 셔츠 또한 마찬가지였다. 매장에 있는 여성용 셔츠 중 단 한 가지 종류를 제외하면 모든 셔츠의 안쪽 시접은 등판, 어깨선, 옆선 구분 없이 오버로크로 마감돼있었다. 반면 모든 남성용 셔츠는 안감을 사용하고 쌈솔 마감을 통해 바깥쪽 옷감과 구별이 힘들 정도로 깔끔한 마감을 선보였다. 최신 슬랙스 중 허리둘레 조절 기능이 있는 남녀 대표 제품의 차이도 뚜렷했다. 안감과 튼튼한 봉제, 뒷주머니, 옷의 맵시를 살리는 히든밴딩 기능,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는 쿨링 기능을 여성용 ‘NEW 대형 크기 플리츠 슬랙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남성용 ‘NEW 쿨 히든밴딩 앵클 슬랙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제품의 가격은 동일했다.
아동복에서도 이러한 품질과 마감 차이가 나타났다. 또 다른 국내 SPA 브랜드인 ‘탑텐’을 방문하여 남아 티셔츠와 여아 티셔츠를 비교한 결과 가격대가 같은데도 전반적으로 여아 티셔츠의 원단이 더 얇고 길이가 짧았다. 또한, 탑텐의 공식 홈페이지에 있던 모든 남아 티셔츠와 맨투맨의 목 부분은 단 한 제품도 빠짐없이 쌈솔과 통솔로 마감이 돼 있었지만, 여아 티셔츠와 맨투맨 중 47가지 제품은 오버로크 봉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아동복에서는 편안한 촉감을 중시되고, 많은 활동량을 견디기 위해 마감으로 쌈솔과 통솔이 권장된다.
인터넷에서 시작한 여성복의 품질 논란은 여성복의 전반적인 품질이 남성복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직접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홍익대학교 건축학부에 재학 중인 이유진 씨(22)는 가격대에 따라 옷의 마감과 품질이 달라진다면 이해가 가능한데 브랜드와 가격이 동일한 기본 제품에서 남녀 의류의 품질 차이가 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차이 나는 봉제를 할 줄은 몰라서 충격적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화여대 섬유예술학부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 중인 유혜정 씨(23)는 논란을 일으킨 여성복과 남성복의 사진을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여성복의 품질이 미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성별에 따른 봉제 차이와 차별의 문제를 떠나 의류를 만드는 관점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고 얘기했다.
성차별 논란이 당황스럽다는 의류업계
반면 의류업계는 여성 의류의 품질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논란에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의류 브랜드 ‘무신사’에서는 남성용 슬랙스가 편안한 착용감 편리한 기능, 합리적인 가격을 이유로 여성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자 여성용 슬랙스를 출시했다 큰 비난을 샀다. 여성용 슬랙스가 기존 슬랙스보다 2000원 더 비싸게 출시되었음에도 여성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았던 꼼꼼한 마감과 숨은 밴딩, 실리콘 프린팅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무신사 측은 남성용 슬랙스는 기능성에, 여성용 슬랙스는 실루엣과 같은 패션성에 기획 의도를 두고 제작한 제품이었다고 해명하며 가격 차이는 원가 차이에서 기인하였고 절대 성별에 따른 차별 의도는 없었다는 뜻을 밝혔다.
여성의류 디자이너이자 여성복 브랜드 ‘핀느’의 대표 우제환 씨(32)는 이번 논란을 두고 여성복 품질을 낮추는 관행이 아닌 ‘각 디자인 혹은 기획 의도에 맞는 마감을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 씨는 “여성복에서는 남성복보다 디자인성이 강조되어 단순히 수치화된 봉제의 질보다 옷의 외관을 더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의류회사는 여성복의 마감보다는 새롭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외관에 더 중점을 둔다는 뜻이다. 반면 남성복은 디자인성이 적어 각 아이템에 따른 전문 공장과 전문 설비가 준비돼있고 오랜 시간 동안 한가지 아이템을 만들어 높은 숙련도를 자랑하는 봉제사들이 있다고 한다. 그는 남성복도 아이템 전문 공장이 아닌 다양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토탈 공장’에서 제작된다면 마감 혹은 가격이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 씨는 여성복은 남성복와 달리 곡선적이고 흐르는 듯한 실루엣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한 봉제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버로크의 쓰임새를 설명했다. “오히려 너무 탄탄하고 복잡한 마감은 곡선이 많은 여성의 신체에는 불편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나 의류업계의 해명에도 다수의 여성 소비자들은 품질 차이를 완벽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앞서 여성복의 봉제 상태에 대해 의문을 갖던 이유진 씨 역시 “여성복에 더 많은 디자인 비용이 투자되어 봉제가 상대적으로 미흡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해가 가지만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은 기본 티셔츠와 셔츠, 슬랙스에서도 품질 차이가 나는 이유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유행이 바뀌고 디자인 변동성이 큰 블라우스를 완벽한 봉제로 제작하라는 주장도,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탄탄한 쌈솔로 마감하라는 요구도 아니라며 “남성복과 비교해도 디자인에 차이가 없는 기본 티셔츠, 남녀 상관없이 탄탄한 매무새가 나와야 하는 셔츠처럼 디자인 성이 크지 않은 품목들은 남성복처럼 전문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그와 동일한 품질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소비자의 특성과 소비 습관도 의류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인하대학교 의류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신예빈 씨(22)는 여성복의 품질 문제를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신 씨는 구시대적인 사회적 인식과 패션 산업의 유행 주기가 매우 짧아진 패스트 패션 또한 여성복의 품질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꺼냈다. “아직은 여성이 유행에 더 민감하고 기능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 짧은 주기로 다양한 여성복을 생산하고 그 사이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옷의 품질이 저하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신 씨는 유행을 좇아 낮은 품질의 옷을 자주 구매하거나 ‘한번 입고 말지’라는 생각이 의류 산업의 빠른 회전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비 습관은 환경, 노동자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결국 의류의 품질 저하를 일으킨다. 그는 물론 남성복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격을 받고도 낮은 품질의 여성복을 생산하는 기업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소비자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지속 가능한 의류 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언젠가 기업의 제품 생산 방향성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