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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이예경 기자
국내 음반 판매 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물 앨범 판매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전 세계 추세와 달리, K팝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국내 앨범 판매량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2011년 약 500만 장에 그쳤던 실물 음반 판매량은 2021년 5700만 장으로 급증했다. 2011년 2억 2350만 장이었던 미국 내 음반 판매량이 지난해 4059만 장으로 감소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이다. 그러나 음반 판매 업계의 호황 이면에는 처치 곤란인 쓰레기로 병들어가는 지구가 있다.
최근 MZ 세대가 관심 갖는 큰 문제 중 하나는 환경오염이다. 젊은 소비자들은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가 주요 소비 기준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고, 각종 업계도 친환경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친환경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각종 상품에는 얼마나 친환경인지를 강조하는 문구가 빠지지 않았다. 쉽게 마주할 수 있게 된 전기차부터, 매일 가는 카페의 종이 빨대까지 우리의 생활 환경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바뀌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K팝 아이돌 또한 환경보호를 위해 크고 작은 목소리를 내왔다. 작년 4월, K팝 아이돌 방탄소년단은 지구의 날을 맞아 현대차와의 콜라보 영상을 통해 ‘(누군가 지구를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진 않겠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작년 9월 UN 총회에서는 멤버 모두가 재활용 원단으로 만든 슈트를 입고 환경오염과 지속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적극적으로 콘텐츠에서 친환경 컨셉을 활용하기도 했다. 스테이씨는 자체 콘텐츠에서 비건 식품과 다회용기 사용 챌린지를 진행했고, 이달의 소녀의 츄는 ‘(지구를) 지켜츄’라는 유튜브를 개설해 다양한 지구 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였다.
K팝 아이돌은 그들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지구를 지키는 삶을 실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들의 친환경 행보는 기후위기에 민감한 젊은 세대 혹은 팬에게 다가가는 소통 수단이자, 일반 대중들에게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긍정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이하 엔터업계)의 친환경 선언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근본적인 K팝 산업의 생태계는 ‘친환경’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친환경(Green) 마케팅이 무색하게 K팝 업계의 수익 구조는 친환경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엔터업계의 다양한 마케팅에 따라 플라스틱과 코딩 종이로 만들어진 실물 앨범이 매주 백만 장 가까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K팝 아이돌의 성적을 나타내는 가장 큰 지표 중 하나 ‘음반 판매량’이다. 인기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발매 첫 주에 몇만 장의 앨범이 판매되었는지 비교 글이 줄지어 올라온다. 이 때문에 엔터업계는 더 많은 앨범을 판매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같은 앨범을 다양한 버전으로 발매하고, 아이돌 그룹 멤버의 포토카드는 랜덤으로 첨부한다. 앨범 판매 코너에서는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앨범을 구매하는 팬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한 응모권도 앨범당 1개씩만 제공된다. 당첨 확률을 높이고 싶다면 같은 앨범을 기본 수십에서 수백 장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때문일까, 국내 음반 업계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물 앨범이 음악 감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발표한 ‘2021 음악 산업백서’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앨범을 이용해 음악을 감상했다고 답한 비율은 12.7%에 불과했다. 평소 듣지도 않는 앨범을 중복 구매하도록 부추기는 엔터업계가 5000만 음반의 시대를 만들었다. 물론 효용을 다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앨범도 그만큼 증가한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기획사의 각종 판매 전략은 실물 앨범의 ‘과잉 생산과 구매’를 종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수천만 개씩 판매되는 실물 음반과 그 구성품이 환경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앨범과 그 포장재는 플라스틱과 코팅 종이, 그리고 폴리염화비닐(PVC)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에서도 PVC는 그린피스에서 ‘나쁜 플라스틱’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재활용이 어렵고 소각 시에는 염화수소가스가 나온다. 색이 입혀진 플라스틱과 비닐로 덮힌 코팅 종이도 재활용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실물 앨범에 대한 마땅한 분리수거 방침이 제공되지 않아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 앨범이 대다수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하는 대기업 연구원 이원상 씨(56)는 “염료가 들어가고, 잉크가 들어간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필요에 맞는 최소한의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게 환경을 위하는 일”이라 설명했다. 결국, 앨범과 그 구성품은 분리수거를 한다고 해도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인터넷에서도 대량 구매 후 처치 곤란이 된 실물 앨범에 대한 한탄 글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포토카드 수집 혹은 팬 사인회 응모로 효용을 다 한 앨범은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기부라는 명목으로 보육원에 떠넘겨지곤 한다. 이와 같은 앨범 구매자의 불편을 인지한 음반 유통 판매 업체에서는 앨범 구매 후 ‘실물 수령 포기’ 옵션을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꾸준한 실물 앨범 구매와 더불어 팬 사인회 응모를 위한 대량 구매 경험도 2번 있다고 밝힌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 임가인 씨(23)도 앨범과 관련한 환경 문제에 공감했다. 아이돌 앨범을 구매하고 처분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임 씨는 최근 앨범뿐만 아니라 앨범 포장지, 구성품, 포스터, 지관통 등까지도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요즘은 생필품에 해당했던 비닐봉지조차 환경을 위해 사용을 최소화하는 추세인데, 엔터업계는 더딘 변화에 소비자가 죄책감을 떠안고 있어서 화가 날 때도 있어요.” 이어 임 씨는 아이돌 산업은 이미 디지털화되어있다며 굳이 성적에 합산되는 앨범만 실물로 발매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기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기후위기 대응하는 K팝 팬들이 모인 플랫폼 ‘K팝포플래닛’이 진행한 ‘친환경 K팝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구매하는 앨범이 환경 문제(플라스틱 쓰레기, 기후 변화 등)와 연관성이 있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3%가 그렇다고 답했다. 앨범과 굿즈를 구매할 때 친환경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복수 응답 가능)에 가장 많이 나온 답은 ‘앨범·굿즈의 과도한 포장 판매'(69.7%)였다. 2위도 앨범 대량 구매(65.9%)로 앨범 소비에 관한 문제의식이 담긴 답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앨범을 여러 장 사는 것이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 같은 소비를 중단하거나 스트리밍 등 다른 방식으로 음반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응답자의 63.8%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팬들의 문제 제기 덕분일까 실물 음반의 포장재에서 적극적으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아이돌 그룹이 나타났다. 솔로 가수 청하는 지난해 2월 발매한 정규 1집 앨범을 재생 종이로 제작한 점을 강조했다. 기획사 YG는 소속 가수의 굿즈와 앨범에 생분해 가능한 성분으로 제작한 플라스틱, 저탄소 친환경 용지, 콩기름 잉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단순 포장재 변화에서 나아가 실물 앨범의 과잉 생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의 앨범을 시도한 그룹도 있었다. 남성 아이돌 그룹 빅톤은 올해 1월 실물로는 포토카드와 메시지 카드만 받는 ‘플랫폼 앨범’을 발매했다. 노래(앨범 트랙),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사진, 감사 영상 메시지 등 주요 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 앱으로 구동할 수 있게 해, 실물 앨범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와 같은 시도에 대다수의 아이돌 팬은 이와 같은 변화를 반겼다.
기존에 구매한 실물 앨범만 커다란 캐리어 2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는 충남대 사회학과 정민아 씨(23) 또한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물 앨범은 한 세트면 소장 가치가 충분한데도 매번 수많은 앨범을 사게 되는 건 역시 음반 판매 성적과 포토카드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 씨는 “앨범이 차지하는 공간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금전적, 환경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도 플랫폼 앨범이 나오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엔터업계에서 이런 시도는 실험에 불과할 뿐 주류가 되지는 못하는 현실이다. 지금도 줄세우기식 성적 경쟁에서 승리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얻기 위해 팬들은 수십만 장의 실물 앨범을 구매한다. 청년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홍다경 씨(25)는 엔터업계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느끼고 음반 판매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씨는 “친환경 소재 앨범이라 해도 제품 생산 즉시 탄소 배출량과 부가적인 쓰레기가 증가하기 때문에 과잉 생산 자체를 줄여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수입과 연관된 실물 앨범 판매 구조를 기업이 자발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에 홍 씨는 “엔터업계가 변화를 촉구할 수 있게 영향력 공중과 이 문제에 책임의식을 느끼는 모두가 더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