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 아이돌 팬들의 새로운 문화, 아이돌 생일 카페

이서영 기자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는 새로운 방법, 생일 카페

한 아이돌의 사진과 슬로건, 스티커 등이 가득 찬 카페, 바로 아이돌의 생일 카페다. MZ 세대의 아이돌 팬들이 새로운 문화와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 탑꾸(탑로더[사진 보관함] 꾸미기), 손민수(아이돌의 착용품을 따라 사거나 아니라 아이돌이 방문한 곳을 따라 가는 것), 이니셜 네일아트, 생일 카페가 대표적인 예시인데, 그 중 생일 카페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생일 카페는 아이돌뿐 아니라 배우, 캐릭터 등의 생일을 기념해 일정 기간 동안 카페 내부를 좋아하는 대상으로 꾸미고 음료를 주문하면 대상의 사진이 있는 보틀이나 컵 홀더 같은 굿즈를 나눠주는 행사를 의미한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트위터에 ‘아이돌 이름 + 생일 카페’를 검색하면 행사를 하는 카페 위치를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에 표시해 둔 링크, 생일 카페를 같이 갈 사람을 구하는 글이 나온다. 위치가 멀어서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수고비를 받고 컵홀더나 굿즈를 대리 구매해 주는 사람도 존재한다. 

▲ 트위터에 ‘정우 생일카페’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들이다. 여러 생일 카페 관련 게시물이 나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트위터)

그룹 데이식스의 팬인 이은서 씨(18)는 “생일 카페를 가면 특전이나 굿즈를 받을 수 있고, 아이돌 멤버 쿠키나 케이크를 사서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 그룹 세븐틴 멤버 민규의 생일 카페 내부 사진이다. (출처=네이버 블로그 ‘가끔 어쩌면 매일’)

생일 카페는 보통 팬들이 사비로 카페를 대관하고 기획해 주최된다. 주최 측은 먼저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카페를 섭외해 대관을 문의하고 행사 기간을 정한다. 그 후, 생일 카페에 방문한 팬들에게 제공할 특전(컵 홀더, 포토카드, 포스터, 스티커, 엽서 등)과 카페 내부를 꾸밀 굿즈를 제작해야 하는데, 팬 본인이 직접 제작하거나 업체를 선정해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특전과 굿즈 제작이 끝나면 카페를 장식하고 팬들이 모여 행사를 즐긴다. 보통 행사의 위치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홍대, 성수동 같은 소위 핫플레이스가 주가 되기도 하지만, 해당 연예인의 고향이나 소속사 근처에서 열리기도 한다. 

생일 카페가 인기를 끄는 이유

과거, 팬들이 아이돌의 생일을 기념하는 방식에는 소속사에 선물을 보내거나 지하철 전광판 광고 게시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 행사들이 아직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전에 비해 생일 카페의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에 재학 중인 차하연 씨(20)는 “지하철 광고나 스타에게 조공하는 것은 내가 주기만 하는 것이지만, 생일 카페는 직접 방문해서 스타의 인형이나 굿즈로 꾸며진 공간을 누리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팬들끼리 같은 공간에서 만나 동질감을 느끼고 굿즈를 나누는 분위기 자체가 팬들을 끌어모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앙대학교에 재학중인 김나형 씨(20)는 “생일 카페는 팬들만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가끔 연예인 본인이 등장하기도 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안고 방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즉, 운이 좋으면 생일 카페를 방문한 스타와 팬 본인이 마주칠 수도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스타 본인이 스스로 생일 카페를 주관해 팬들에게 소위 ‘역조공’을 한 사례도 존재한다. 그룹 SF9의 멤버 ‘다원’이 본인의 생일을 맞이해 팬들에게 항상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며 보답하는 마음을 전달했다. 이처럼 생일카페는 단순히 팬들만의 문화에서 영역을 확장해, 아이돌과 팬들 사이의 양방향 소통 창구의 역할을 한다.

업주와 팬 모두가 만족하는 생일 카페

업주와 팬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에도 생일 카페는 상부상조일 수 있다. 생일 카페를 주최하는 팬들은 보통 음료와 디저트를 세트로 구매하게끔 특전을 구성한다. 즉, 카페의 매출이 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다. 

세븐틴 민규 생일 카페를 주최한 박은정 씨(33)는 “카페 사장님이 팬들을 믿고 장소를 제공해 주셨는데, 매출이 사장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이익이 없으면 그룹 이미지 타격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그렇기 때문에 음료 한 잔을 구매하면 특전 하나, 디저트와 세트로 구매하면 특전 두 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카페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특전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은정 씨가 주최한 생일 카페는 위치상 오전 시간에는 손님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하지만 특전은 대부분 선착순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카페 오픈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던 팬들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매출이 기존 고객과 섞이지 않으면서 기존 매출 대비 2배 정도 늘었다. 사장 입장에서는 단기간 매출이 늘고, 팬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홍보 효과로 인해 일석이조다. 

생일 카페의 역기능

하지만 생일 카페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본래의 취지인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는 소소한 모임’에서 벗어나, 점차 팬덤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의 생일 카페를 다른 스타보다 더 많이 개최해야 하는 강박에 사로잡힌 팬들도 있다. 또한, 자신의 경제 수준 이상으로 소비해 이른바 ‘내 새끼 기 세우기’ 문화를 유도하는 팬덤 안의 분위기가 발생했다. 생일 카페의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는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이는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음료를 가져가지 않고 특전만 모아서 가져가거나,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지 않아 지나가는 일반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생일카페 근방에서 약속이 있었던 유가현 씨(19)은 “생일카페가 열리는 곳이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데, 팬들의 줄이 너무 길어서 지나가는 길에 방해가 되어서 불편하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또한 “유명한 카페여서 찾아온 곳인데, 카페 안에 팬들이 가득 차 있어서 일반인이 들어가기엔 눈치보여서 못 들어가겠다”고 언급했다. 

생일카페를 주최하면서 자주 논란이 되는 점은 카페 사장의 갑질이다. 배은지 씨(22)는 생일 카페를 방문했다가 일반 고객과 차별을 당한 적 있다. 그는 “생일 카페 때문에 방문하는 고객과 일반 고객의 음료와 디저트 값을 다르게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는 명백한 카페의 갑질 행위라고 말했다. 이벤트를 주최할 때 카페 쪽에서 전혀 금전적 부담을 지지 않는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인데 가격을 다르게 받는 것은 팬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 은지 씨의 입장이다. 생일 카페를 직접 주최하면서 갑질을 겪은 사례도 존재한다. 홍대에 위치한 카페에서 이벤트를 준비하던 이지은 씨(29)는 생일 카페를 2주 앞두고 디저트 제작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은 씨는 본래 디저트와 함께 스티커를 제공하려고 이미 굿즈 제작까지 완료했지만, 카페 측의 갑작스러운 통보로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고 언급했다. 주변 지인들 경우에도 갑질을 당한 사람이 많다며 “인기가 많지 않은 아이돌 그룹은 카페 대관이 불가하다는 응답을 받거나, 브런치 카페에서 음료만 구매하면 테이블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 경우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바람직한 문화로서 자리 잡길

이제 생일 카페는 단순히 팬들 사이의 하위문화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에서 마케팅과 관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가 됐다. 생일 카페의 본래 목적이 팬들이 단순히 연예인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을 넘어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이었던 만큼, 한 연예인의 인기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되기보다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들끼리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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