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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김유빈 기자
‘49세 이상의 출입을 거절합니다’. 어린이의 출입을 금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 뿐 아니라 특정 연령대 또는 직업군의 입장을 제한하는 일명 ‘노존(No Zone)’이 늘어나고 있다. 2021년 12월 부산대학교 인근의 한 술집은 대학 교수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소위 ‘노교수존(No Professor Zone)’을 선언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노존이 만연하는 현실, 괜찮은걸까?
노존(No Zone)의 등장
노존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다른 이용자에게 불편을 줄 가능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업주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다양한 노존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카페에서 어린이의 소음 때문에 불편함을 겪었던 박이나 씨(43)는 카페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노키즈존과 같은 출입제한은 명백한 차별이지만 사업자의 입장에서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노존을 시행하는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입장시키는 것이 다른 이용자들에게 방해가 된다면 노키즈존을 찾는 이용객들이 점차 더 많아질 것이라며 노존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스터디카페에서 어린 학생의 피해를 경험한 적 있는 정유진 씨(21)는 ‘노’라는 말 자체가 부정어이기 때문에 특정 연령이나 집단의 출입을 막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노존은 특정 연령, 집단을 배제하고 부정하며 우리 사회에서 일련의 관용과 배려가 사라지고 있음을 명백하게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즉, 특정 연령층의 출입으로 불편함을 느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시민들도 노존에 대한 입장은 상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존,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가?
노존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 되었다. 2016년 1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를 위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 2조 제3호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을 이유로 한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명시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처럼 나이를 기준으로 한 이용 제한은 합리적이지 않고 아동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 역시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가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차별 행위를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례에도 불구하고 노존은 여전히 존재한다. 구체적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행동을 일반화하여 특정 집단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존은 명백하게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 하지만 사업자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법상 살펴보면 문제가 없는 터라 노존에 대한 특별한 제재는 가해지지 않는 상황이다. 노키즈존을 도입한 랍스터 매장 직원 장세영 씨(23)는 “랍스터는 가족끼리 자주 먹는 음식이다 보니 노키즈존 도입 후 매출이 다소 감소하겠지만 아이의 부모님과 언쟁을 피하기 위해 매장이 노존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헌법상 노존이 합법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받지 않는다’고 평등권을 규정한다. 노존은 특정 집단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헌법 제 11조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조항이 보장하는 자유는 원하는 형태의 영업, 사업의 자유도 포함된다. 영업자가 본인의 영업지에서 노존을 선언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로서 헌법 제15조에 의해 보장된다. 이렇듯 국민의 기본 권리와 직결된 헌법의 두 조항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노존이 과연 합법인지 위법인지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노존 제도는 국민 개개인을 구성하는 특정 요소를 기준으로 특정 계층의 국민을 서비스의 이용으로부터 자의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노존 제도는 사회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될 여지가 있다. 이를 규제할 법률 또한 존재하고 있다.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의 자유라 할지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터라 노존 제도를 제한할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국가인권회법 역시 강력한 제재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는 상업시설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노존제도는 국가인원회법에 반할 소지는 있으나, 국가인권위의 권고는 강제력·구속력이 없고 수용 여부 또한 선택에 따르므로 제재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논란이 끝나지 않는 이유, 영업상 자유인가. 차별인가.
노존 논란이 몇 년째 끊이지 않는 이유는 찬반 입장 모두 납득할만 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서나경 씨(21)는 중학생인 동생이 스터디카페를 이용하기 위해 부모님 동의서와 연락처가 필요했던 경우가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터디카페의 경우 중학생 이용자의 소음 유발 항의가 잦다는 이유로 이용 연령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터디카페에 돈을 지불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고자 하는 중학생 이용자는 아예 입장을 거부당하거나, 부모님 동의서를 받아야 해서 이용에 번거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사업지에서 특정 연령층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업주의 피해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업주는 재산 피해를 막고, 영업의 자유를 보장받고자 노존을 설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식당과 카페에서 시끄러운 아이에 의해 불쾌감을 호소한 이영미 씨(46)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실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건 당연하다며 고객의 권리를 주장했다. 매장에서 다른 이용자가 특정 연령층에 의해 피해 받지 않을 권리 역시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회에서 묵인하는 차별일까
2021년 12월 논란이 된 ‘노 프로페서 존(No Professor Zone)’에 대해 부산대학교 교수 협의회가 “일부의 문제를 교수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시켜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아달라”고 요구하자, 해당 술집은 한 달 만에 노존 선언을 철회했다. 지금까지 많은 부모, 아이, 노인이 ‘노키즈존’, ‘노시니어존’에 대한 철회를 요구했음에도 묵살된 가운데, ‘노교수존’에는 많은 사람과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결국 철회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교수존은 소수를 지나치게 일반화한 부당한 일임을 인정받았지만, 소수의 아이와 부모가 저지른 매너없는 행동은 모든 아이와 부모의 문제로 치부해버렸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특정 집단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No Zone’은 차별이 당연시되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