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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이서영 기자
짧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푸들, 꼬리 없는 소위 ‘식빵 엉덩이’로 유명한 웰시코기. 흔히 해당 견종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다. 하지만 짧은 꼬리로 매력을 발산하는 이 개들은 사실 꼬리가 잘린(단미·斷尾) 상태이다.
<사진 1> ▲ 단미한 웰시코기의 사진 (출처: 한국애견협회 애견정보)
<사진 2> ▲ 단미하지 않은 웰시코기의 사진 (출처: 웰시코기 견주 김보영 씨)
단미(tail-docking)란?
과거 단미는 양치기 등 일을 하는 개가 자신의 꼬리에 밟혀 부상을 입지 않게 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 혹은 개에게 세금을 매겼던 중세 유럽에서 일을 하는 개에 한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았는데, 일을 하는 개임을 표시하기 위해 꼬리를 잘랐다.
단미는 개에게 큰 고통을 준다. 보통 생후 1주일 내 꼬리를 자르는데, 이 시기에 출혈량이 적고 개가 고통을 덜 느낀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의사 권창현(52) 씨는 (어린) 강아지는 단미 시 느끼는 고통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상당한 고통을 느낀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강아지의 꼬리는 신체의 균형감각을 잡아주고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꼬리에 있는 꼬리선에서 분비되는 액체로 영역표시까지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미용 목적의 단미를 한 강아지는 염증과 감염이 잘 생기고 꼬리 절단 부위의 신경층 이상으로 신경성 질병을 앓는 경우도 많다.
미용 목적의 단미, 무엇이 문제인가?
강아지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단미, 왜 행하는걸까? 최근 이뤄지는 단미는 인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의 표준을 충족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진다. 견종 표준을 정하는 반려견 등록 단체인 아메리칸 캔넬 클럽(AKC)의 공식 견종 표준을 살펴보면 개의 꼬리 길이 규정에는 인간의 미적 기준이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웰시코기의 경우 ‘될 수 있는 한 짧게 단미하나 움푹 들어가면 안 된다. 강아지는 가끔 꼬리 없이 태어나는데 만약 충분히 짧다면 허용한다. 꼬리는 2인치까지의 길이를 허용하지만 높게 위치하면 등선의 외선을 망치는 경향을 보인다’고 규정한다. 견종 표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혈통발급서 발급이 불가능하다.
<사진 3> ▲ 원래 꼬리가 있는 웰시코기는 견종 표준을 맞추기 위해 단미를 해야 한다. 견종 표준 사진 속 웰시코기도 꼬리가 없다. (출처: 한국애견협회 견종표준)
이상적인 개의 표준은 곧 인간의 미의식을 반영한다. 과거 양을 치는 목적으로 웰시코기를 키웠을 때는 개가 자신의 꼬리를 밟는 사고를 막기 위해 단미가 필요했지만, 현재 목양견으로 일하지 않는 웰시코기는 꼬리를 절단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기준에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웰시코기의 꼬리를 자른다. AKC는 웰시코기뿐 아니라 푸들의 견종 표준도 ‘밸런스를 위해서 적정한 길이로 단미한다’고 명시했다. 규정에서 나타나는 ‘밸런스’ 혹은 ‘적정한 길이’ 모두 인간이 규정하는 것이다. 동물에게 적정한 꼬리 길이를 인간이 규정하는 것은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지 않는 인간중심적인 해석이다. 토이푸들을 입양한 주부 이동화(49) 씨는 “저희 강아지는 아주 어릴 때 입양했는데 꼬리가 있어서 잘린 줄 전혀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산책 중 만난 본인의 강아지와 거의 동일한 체구인 토이푸들의 꼬리 길이가 긴 것을 보고 자신이 꼬리가 짧게 잘려진 상태의 강아지를 구입한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인간의 미의식은 단미에만 투영되지 않는다. 동물의 신체에 변형을 가하는 다른 행위에도 인간의 미의식이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강아지의 볼이나 귀를 염색하는 행위가 해당된다. 개의 털을 염색하는 것은 개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염색한 모습을 인간이 귀엽게 여긴다는 이유로 행해진다. 인위적으로 특정 종을 교배시켜 새로운 묘종을 만들기도 한다. 짧은 다리를 가진 먼치킨과 접힌 귀를 가진 스코티쉬 폴드를 교배한 먼치킨 킬트는 두 종의 특성을 모두 물려받은 품종이다. 인위적으로 특정 종끼리 교배하는 것은 여러 유전병발생 확률을 높이기 때문에 고양이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인간은 귀가 접히거나, 다리가 짧은 동물을 귀여워하기 때문에 고양이의 건강은 고려하지 않는 교배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 유전병을 가진 고양이가 태어나고 있다. 대학생 조현서(21) 씨는 “귀엽다고 생각했던 고양이가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고 너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동물의 권리보다는 인간의 시각적 만족이 우선이다. 동물이 하나의 개체로 존중받을 권리는 후순위다.
<사진 4> ▲ 네이버에 ‘강아지 볼 염색’으로 검색한 결과 이미지.
<사진 5> ▲ 킬트 고양이의 이미지. (출처: 위드포우 고양이 연구소 묘종 백과)
변형된 반려동물 이미지의 악순환
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단미가 행해진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특정 고양이가 인위적으로 교배된 상태며 그로 인한 유전병을 겪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기 힘들다. 펫샵에서 이미 꼬리가 잘린 상태의 개를 판매하는 데다 단미된 개 이미지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모습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즉, 변형을 가한 이후의 이미지가 더 대중적이다.
해당 견종을 표현할 때 단미된 상태를 특징으로 표현하는 것도 당연하다. 실제로 강아지 신발을 판매하는 ‘와우한빛’의 신나라슈즈 패키지에는 단미된 웰시코기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해당 업체에 단미된 개의 이미지를 사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더니 업체는 강아지 이미지에서 꼬리가 잘려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물 블록을 판매하는 ‘제카’는 꼬리가 있는 웰시코기와 꼬리가 없는 웰시코기 등 두 종류의 블록을 판매중이다. 강아지는 본래 꼬리가 있지만, 꼬리가 없는 블록도 선택지로 제시하는 것이다.
<사진 6> ▲ 제품 패키지에 단미된 웰시코기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출처: 와우한빛)
<사진 7> ▲ 웰시코기 블록 중 꼬리가 있는 개와 없는 개 둘 다 존재한다. (출처: 제카 스토어)
강아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더 익숙해지길
근본적으로 가정으로 분양되는 강아지를 생산하는 개 공장에서 강아지 꼬리를 자르지 않아야 단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 14조(동물의 수술)는 ‘거세, 뿔 없애기, 꼬리 자르기 등 동물에 대한 외과적 수술을 하는 사람은 수의학적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적고 있어 사실상 단미를 허용한다. 수의사 권창현(52) 씨는 강아지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이며 ‘반려는 짝이 되는 벗’을 뜻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은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더 이상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용 목적으로 개의 꼬리를 자르고, 견종 표준을 인간이 규정하는 것은 동물권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다.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는 동물권에 관한 저서 ⟪동물 해방⟫에서 동물이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쾌고 감수 능력’을 지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는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개에게 꼬리가 있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꼬리가 짧거나 없는 모습을 내세우며 특정 견종을 판매하는 행위가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도 많다. ‘꼬리 없는 강아지’, ‘꼬리 잘린 강아지’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과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