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Doe
Lifestyle BloggerQuod tempus venenatis, hac eu. Veritatis incididunt id excepturi explicabo praesentium molestiae mollit rem id convallis, doloribus nemo molestias delectus
대학생 시사웹진
이지현 기자
암표 문제, 다양한 해결 시도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
코로나19 이후로 주춤했던 공연 문화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즐겨듣던 음악을 라이브로 감상하기 위해, 좋아하는 연예인의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공연을 감상하고자 하는 열정이 다시 달아오르는 만큼, 암표의 가격이 무섭게 오르는 동시에 거래 횟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 개최된 가수 임영웅 콘서트의 테이블석 암표는 원가인 19만 8천 원을 훌쩍 뛰어넘어 최대 97만 원에 거래됐다.
<사진 1> ▲ 가수 임영웅 콘서트 티켓의 암표 거래 현황 (출처: 티켓베이 사이트 캡쳐)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암표 거래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대폭 상승했다. 공연 관람이 아니라 암표 거래를 통한 이익을 목적으로 입장권을 예매하는 암표 거래업자가 증가하면서, 공연 관람객들은 예매 과열과 입장권 사기로 고통받고 있다.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팬인 유지현(20) 씨는 “암표 때문에 수고비를 받고 대신 표를 예매 해주는 ‘대리 티켓팅’과 티켓 사기로 큰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암표가 공정하지 못한 공연 예매 문화를 조성해 많은 공연 관람객에게 피해를 준다”라고 말했다.
공연 업계에서는 암표 거래의 심각성을 느끼고 여러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수 아이유 콘서트에서는 암표 거래를 제보한 팬에게 입장권을 제공하는 일명 ‘암행어사’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고, 가수 장범준 콘서트는 입장권마다 고유의 인식값이 입력되어 있어 거래가 불가능한 대체불가토큰(NFT) 형태의 입장권을 발부하기도 했다. 하이브(HYBE) 엔터테인먼트는 암표 근절과 공정한 공연 예매 문화 조성을 목적으로 소속 아이돌 공연에 콘서트 추첨제를 도입했다. 콘서트 추첨제란 유료 팬클럽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추첨해 당첨자를 선별한 후, 당첨자만 콘서트 좌석을 예매할 수 있는 제도다.
<사진 2> ▲ 그룹 보이넥스트도어 팬미팅 입장권의 암표 거래 현황 (출처: X, 티켓베이)
그러나 콘서트 추첨제 공연에서도 암표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X(트위터), 티켓베이 사이트에서 콘서트 추첨제를 통해 입장권 예매가 진행된 그룹 보이넥스트도어의 ‘팬미팅 양도’를 검색어로 입력했더니 추첨된 표를 정가인 9만 9천원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암표로 거래하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콘서트 추첨제, 정말 암표 문제 해결에 도움 될까
<사진 3> ▲ 그룹 보이넥스트도어 팬미팅 예매 공지 중 멤버십 추첨제 안내 (출처: 보이넥스트도어 위버스 캡쳐)
콘서트 추첨제와 일반 입장권 예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매 방식이다. 기존의 콘서트 예매는 보통 공식 팬클럽 유료 가입자 대상의 선예매가 진행된 후 일반인 대상 예매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콘서트 추첨제는 선예매 과정 앞에 멤버십 추첨제를 추가한 것으로, 예매는 멤버십 추첨제 -> 선예매 -> 일반예매 순서로 이뤄진다.
멤버십 추첨제 단계에서는 공식 팬클럽 유료 가입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입장권을 제공한다. 이 추첨제를 도입한 이유는 입장권 예매 과정에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 예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추첨제가 실질적으로 암표 근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티오피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하는 홍주영(25) 씨는 “기업이 암표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고자 꾸준히 추첨제 방식을 고집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콘서트 추첨제가 기업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즉, 무대와 거리가 먼 비선호 좌석에도 판매 경쟁을 붙일 수 있고, 대대적으로 멤버십 가입을 유도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콘서트 추첨제를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서트 추첨제의 무작위 자리 배정으로 팬들은 원하지 않는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무작위로 배정된 좌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취소하려고 해도 취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2023년 7월 개최된 세븐틴 콘서트 예매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티켓 수수료 약관 심사를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7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되자 결국 티켓 판매처인 인터파크는 좌석이 배정된 날 기준 7일 이후부터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올해 2월 엔하이픈 콘서트 예매에서 동일한 취소 수수료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해당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콘서트 당첨을 위해 다수의 계정으로 멤버십에 가입하는 편법도 동원된다. 콘서트 추첨제는 1계정 1응모를 원칙으로 하지만, 이미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위버스(팬 커뮤니티 플랫폼) 계정 분신술’ 수법이 암암리에 퍼져나가고 있다. 콘서트를 꼭 가고 싶어 하는 팬덤 중 일부는 본인, 가족, 지인의 전화번호를 빌려 새로운 본인 명의의 위버스 계정에 가입하거나, 이미 위버스 계정이 있는 지인에게 멤버십에 가입하도록 부탁하는 방식으로 확보한 다수의 위버스 계정을 통해 추첨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룹 엔하이픈 팬인 박정빈(19) 씨는 “당첨 확률을 높이고 싶어서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빌려서 번호 인증을 하고, 멤버십 정보 입력 칸에는 나의 개인정보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위버스 계정을 늘려 여러 개의 멤버십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암표를 막기 위해 시작된 콘서트 추첨제가 오히려 암표 거래를 확대시키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1인이 멤버십 추첨제를 통해 당첨된 여러 장의 표를 소지하고 있다가 가장 좋은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암표로 판매하는 식이다. 멤버십 추첨제를 통해 2개의 좌석에 당첨된 경험이 있는 그룹 보이넥스트도어 팬 김서윤(20) 씨는 “여러 개의 멤버십에 가입하면서 돈을 많이 썼기 때문에 남은 티켓을 원가 이상으로 양도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콘서트에 꼭 가고자 하는 팬들의 열정 때문에 오히려 팬들이 암표를 만들어 내는 상황이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암표와의 전쟁
암표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2023년 3월 21일에 개정된 ‘공연법’은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입장권의 부정판매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여 암표 거래 처벌을 강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암표 통합 신고 누리집(culture.go.kr/singo)을 개설해 공연·스포츠 경기의 암표 신고를 받고 있다. 이 누리집은 암표 거래 의심 정보를 신고 받으면 해당 예매처에서 빠른 조치를 내리도록 돕는다.
<사진 4> ▲ 공연 및 스포츠 암표신고 누리집 메인화면 (출처: 누리집 화면 캡쳐)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완전한 암표 근절은 쉽지 않다. 암표 근절을 위한 대책들이 나와도,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암표 관련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암표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엔터테인먼트사는 공연장 입장 시 티켓 예매 명의자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별도의 본인인증을 시행한다. 본래 목적은 본인이 직접 예매한 티켓으로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이는 오히려 ‘대리 티켓팅’, ‘아이디 옮기기’와 같은 예매 방식을 활성화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X(트위터)에 대리 티켓팅 계정을 검색하면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대리 티켓팅 전문 계정을 다수 찾을 수 있다.
<사진 5> ▲ 대리 티켓팅, 아이디 옮기기를 진행하는 전문 업자 계정들 (출처: X)
전문 업자들은 대리 티켓팅과 아이디 옮기기를 통해 받는 수고비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대리 티켓팅은 티켓 예매 전문 업자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예매자 대신 입장권 예매를 진행하고 수고비를 받는 방식을 의미한다. 대리 티켓팅은 암표와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매크로 같은 부정한 프로그램 사용과 대리 티켓팅 업자에게 지불하는 수고비가 수십만 원까지 치솟는다는 점에서 암표와 유사하다.
아이디 옮기기는 전문 업자의 특수 프로그램을 통해 입장권을 A 계정(원래 티켓을 예매한 계정)에서 B 계정(새로 티켓을 받을 계정)으로 옮겨주고 수고비를 받는 방식이다. 이는 입장권을 양도받을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티켓 예매자 명의와 실제 입장 관객의 명의를 일치시켜 입장 시 본인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활용된다. 아이디 옮기기는 고가에 거래되는 암표를 본인 명의의 표로 만들어주는 터라 공연에 참석하려는 의지가 강한 팬덤들 사이에서 이용되고 있다.
<사진 6> ▲ X에 ‘팔찌 옮기기’를 검색한 화면 (출처: X)
콘서트 현장에서도 암표 거래는 이어진다. ‘팔찌 옮기기’는 새롭게 등장한 암표 거래 방식인데, 콘서트 현장에서 본인인증을 완료했다는 표시로 채워주는 팔찌를 타인의 팔에 떼어 옮겨주고 수고비를 받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통해서 본인 명의가 아닌 입장권을 양도 받아도, 본인인증을 받았다는 인증인 팔찌를 안전하게 자신의 팔에 옮겨 받기 때문에 입장에 문제가 없다. X(트위터)에 ‘팔찌 옮기기’를 검색하면 현장에서 팔찌 옮기기에 성공한 경력을 자랑하거나, 팔찌 옮기기를 통해 콘서트 입장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수많은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암표 문제, 엄격한 법적 규제만이 답일까?
지난 6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연·스포츠 암표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에서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는 “지정 예매처 외 거래를 모두 암표로 분류해야 한다. 판매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판매 행위 자체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윤희진 인터파크 콘서트비즈니스 본부장은 “암표를 궁극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매크로 사용 여부보다 암표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분명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암표에 대한 법적 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엄격한 법적 규제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룹 보이넥스트도어 팬 김채윤(19) 씨는 “과도한 법적, 정책적 규제는 오히려 공연예술의 접근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원가 양도하는 티켓조차 불법 거래로 제재한다면 공연 관객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학교 법학과 남기연 교수는 2020년 학술지 ⟪홍익법학⟫에 발표한 논문 ‘공연 티켓 재판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소속사나 예매처가 입장권을 판매할 때 계약 조건으로 양도 제한을 거는 방식은 가능하지만, 예외 없는 일괄적인 양도 제한 규제는 민법의 기본원칙인 사적 자치를 침해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남 교수는 엄격한 티켓 양도 제한 규제가 오히려 팬들을 공연장에서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티오피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하는 홍주영(25) 씨는 논의의 초점을 암표에서 공연 사업 자체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표 문제에 접근할 때 단순히 공연 예매 방식에 한정된 논의가 아니라 공연장의 수와 공연 횟수를 늘려 수요에 맞는 공급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확장된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끊이지 않는 암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단순히 공연 관람객에게 제약을 주는 방식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 방안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