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류승연 작가 “엄마인 내가 먼저 행복해도 됩니다.”

최아영 기자

“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이 아니어도 자신이 스트레스 풀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본인이 행복해야 집에서 많이 웃게 되고 동시에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사진1> ▲ 류승연 작가님 프로필 (작가님 제공)

사회의 이야기를 전하던 전직 신문사 정치부 기자였던 류승연 작가(48)는 아이의 출생을 통해 인생의 새 막을 열었다. 류 작가는 발달장애 아이의 엄마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칼럼과 도서를 발행했다. 저서로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배려의 말들>이 있다.

류 작가의 글은 많은 발달 장애인 자녀의 부모에게 큰 힘이 됐다. 칼럼의 댓글을 빌려 표현하자면 ‘코끝이 찡해지고’ ‘힘이 되는’ 글이다. 이 중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은 9월 11일에 개봉한 영화 <그녀에게>의 원작이다.

“세상이 바뀌는 게 빠르겠다.”

장애인, 비장애인 쌍둥이를 키우며 딸보다 아들의 발달 속도가 느림을 생후 13개월쯤 처음 감지했다. “(처음엔) 발달 지연이라 생각하고 처음엔 아들 치료에 전념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인생은 아들을 정상 발달로 돌려놓기 위한 류승연만 남아있더라고요” 이는 우울과 “혼자 죽을까 데리고 죽을까 하는 고민”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류 작가는 정신과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으며 “내가 글 쓸 때 가장 행복하구나 하는 판단이 들어 아이가 자는 새벽에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 작성한 글은 아이를 키우는 심경을 담은 글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발달장애 아이 부모님께 아이가 받을 교육(특수교육 또는 통합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무엇이 자녀를 위한 선택인지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는 지속적으로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줄 선택을 해내야 한다. 류 작가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기 시작하고 비장애 엄마들 사이에서 ‘퇴학을 위한 진정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아들만을 위해 살았는데 그 시간이 부정당한 느낌에) 분노가 몰려왔죠”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이후 “발달장애 아이들이 바뀌길 바라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것을 목표했다는 걸” 느끼고 “세상이 바뀌는 게 쉽다는 생각에 더퍼스트미디어에 ‘동네 바보 형’이라는 글을 연재하게 됐어요”라고 칼럼 기고의 시작을 설명했다.

아들의 장애를 칼럼으로 연재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류 작가는 “2016년에 “엄마인 내가 먼저 행복해도 될까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작성했을 때 댓글의 반은 응원, 반은 욕이었어요. 아이를 위해 살아왔던 발달장애인 엄마들이 화를 많이 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이 칼럼은 장애인 가족 커뮤니티에서 댓글을 통해 “자녀를 세상에 드러내도 된다는” 생각을 전하는 글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바뀐 세상

 장애인이 미디어에 노출되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대한민국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류 작가는 이전 기고한 칼럼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녀는 “지체장애인은 가족들이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세상에 노출되지 않아요. 제가 느꼈던 건 사람들이 익숙해지면 안 쳐다봐요. 그래서 전 제 아들을 매 주말 산책시키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려 해요”라고 말했다.

이전에 비해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에 변화가 있다는 생각이 드냐는 질문에 그녀는 “최근엔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자주 등장하면서 사람들과 공존하는 풍경이 많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비판점을 지녔지만, 사람들이 모두 ‘봄날의 햇살’이 돼 주려 노력하더라”고 답했다.

<사진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또, 가장 도움을 받는 국가 정책이 있냐는 질문에 “아들의 엄마로서는 활동 지원 서비스(가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답변하셨다. 실제로 인터뷰 당일에도 치료사께서 하교 시간에 맞춰서 병원으로, 또 집으로 데려다주셔서 작가님께서 인터뷰 후 자문위원으로 출근하실 수 있었다.

바뀌어야 하는 세상

대한민국은 1988년부터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정한 ‘장애인’임을 확인 및 증명하는 절차를 거쳐 ‘공식적으로 장애인이라는 표찰을 가지게 된 국민’으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등록제도를 실시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비 2022년 인구수 대비 발달장애인의 수가 38.5% 증가한 것으로 보이며 15~54세의 비율이 68.6%로 과반이 훌쩍 넘는다. 또, 매해 등록 장애인 수가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에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아직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어지고 있다. 14일에도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가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승강장에서 다이인(die-in) 시위를 했다. 자신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권리에 대해 스스로를 대변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을 대신하여 장애인의 가족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가족들의 노력에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도 많다. 류 작가는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 해도 예방 접종을 하려 해도 아이가 힘을 쓰기 시작하니 치료를 받을 수가 없겠더라고요”라며 아이의 성장에 따른 사회 복지적 차원 지원이 부족하며 이는 장애인의 독립을 어렵게 한다는 의견을 비쳤다. 또, 류승연 작가는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나 역시 장애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 박승희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비장애인도 장애인도 수명이 늘어나며 정책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승희 교수는 “학령기 의무 무상교육이 종료된 후에 성인기 서비스가 학령기 서비스처럼 더 체계적이고 높은 퀄리티의 중등 이후 교육(평생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 고용도 의무 고용률에 급급하여, 즉 사업체들은 고용부담금을 덜 내기 위해 ‘고용 숫자’를 채우기 위한 단발성의 장애인 채용이 아니라 고용의 안정성과 고용의 질이 관건이 되는 장애인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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