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바람 불어온 전통시장 … 활력과 한계 사이

김지현 기자

전통시장의 위기 속 새로운 흐름

전통시장은 청년 창업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지만 동시에 높은 폐업률로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로 전국 전통시장 수는 전년 대비 5배 증가해 약 1,400개에 육박한다. 하지만 왜 전통시장이 소비 패턴의 변화로 침체되어가고 있다는 걸까. 전통시장 수는 많지만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간한 ‘전통시장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에는 시장 내 점포 수가 전년 대비 5,211개가 줄었다. 빈 점포는 전국 전통시장 점포 수 중 10%를 차지한다. 전통시장 방문객은 매년 약 3억 명씩 감소한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발걸음이 감소했다.

<사진 1> ▲ 2019-2023년 사이 전통시장 일평균 방문 고객 추이 (출처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그러나 최근 기존 전통시장 분위기와는 다른 풍경들이 생겨났다.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내세운 가게들과 배달 앱 주문이 가능한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점포들의 주인은 주로 2030 청년들이다. 왜 청년들은 전통시장에서 창업하기로 결심한 것일까. 기대처럼 그들이 정말 전통시장에 긍정적인 바람을 불러올지 실제 현장을 들여다봤다.

낡은 공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청년 창업가의 도전

<사진 2> ▲ 청년 상인이 운영하는 충북 청주의 육거리소문난만두 (출처 : 육거리소문난만두)

청년 상인들은 계속해서 전통시장에서 새로운 도전과 혁신을 이어간다. 지역 명물을 넘어서 해외 진출까지 시도 중인 사례도 있었다. 지역 대표 명물인 청주 육거리시장의 육거리소문난만두는 후계자를 찾지 못한 사장님의 사연을 알고 뒤를 이어받은 청년 대표가 운영한다. 육거리소문난만두의 이지은 대표는 운영 중단 소식을 듣고 단골로서 아쉬움을 넘어 책임감이 느껴져 ‘타인 승계’를 결정했다. 그녀는 “정성과 철학, 그리고 손님의 기억을 이어받는 것도 분명한 전통 계승이라고 믿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원래의 방식을 무너뜨리지 않되 시대의 흐름에 맞는 변화는 과감하게 시도 중이다. 50년 전통의 기존메뉴들을 넘어 추가로 제로 슈거 만두와 비건 만두를 출시했고, 수출용 만두를 생산 중이다.

7월에 정식으로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외국인도 참여 가능한 만두체험공방클래스를 진행한다. 이렇게 전통시장에서 사업을 확장 중인 청년 상인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전통시장’을 선택한 것일까. 이지은 대표는 편리한 점이 많은 외부 상권보다 단순히 소비를 하는 장소가 아닌 지역의 삶과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을 고집한다. 이 대표는 “진정성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곳이 전통시장이기에 그 외 공간을 고려한 적 없고 떠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사연들을 토대로 기대를 품고 지원에 나섰다. 청년 일자리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2016년부터 청년몰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 방치된 공간을 활용하여 복합몰을 조성해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실상은 열악하다. 사업 시행 이후 현재까지 청년몰 내 점포 휴폐업률은 46.8%에 이른다. ‘육거리소문난만두’와 같은 사연은 극히 소수다. 기자가 제주 동문시장 청년몰을 방문한 2025년 6월 17일 휴폐업으로 대부분 점포의 불이 꺼져 있었다. 반납 트레이에 방치된 음식물과 식기류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기대와 불편함이 교차하는 기존 상인들

전통시장 내 늘어나는 청년 상인들에 대해 기존 상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못골시장에서 20년간 자리를 지킨 완도상회의 이충환 사장님을 만났다. 그에 따르면 실제 청년 상인 증가가 못골시장 전체 매출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못골시장은 청년 상인 증가로 전체 상인의 40%가 40세 이하 청년이다. 이는 다른 전통시장과 비교했을 때 높은 비율이다. 이충환 사장은 “청년 상인들이 참신한 상품 구성과 판매 방식, 다양한 구매 채널을 도입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년 상인들과의 관계나 협업 경험에 대해 “기회조차 없다”고 답했다. 기존 상인들에게 청년 상인들은 어디선가 나타나 쉽게 사라지는 존재이다. 이 사장은 청년몰의 휴폐업이 증가하며 공실이 많아진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렇게 청년 창업을 도전한 이들이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은 쉽지 않고 기존 상인들과의 유대 형성도 부족하다. 이충환 사장은 “젊은 상인들과 전통을 지켜온 상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준비와 기회가 미비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자와 기존 상인 간 갈등은 디지털 도구 사용, 고객 응대 방식, 운영 시간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이를 조율할 체계적인 상생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청년 창업자들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긍정적 역할을 하려면 기존 상인과 청년 상인 간 조화는 필수다. 이를 위해 전국상인연합회와 같은 상인들과 밀접한 기관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청년몰, 실제로 인식이 바뀌었나

청년몰을 늘리고 있는 정부의 기대처럼 전통시장 속 청년 상인 증가는 소비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50년 이상 전통시장을 이용해 온 정금순 씨(75)는 “시장에 예쁜 가게들이 많아지고 전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여 활기차고 좋은 것 같다”며 새로운 시장의 모습이 전통시장 이미지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예쁜 빵집이 새로 생겨서 가봤는데 기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비쌌던 경험을 드러내며 전통시장 가격 변동에 대한 불편을 토로했다.

반면 제주 동문시장에서 만난 20대 소비자 권태린 씨(21)는 귀여운 소품들과 독특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음식들이 많아 SNS에 올리기도 좋은 가게들을 공유하며 전통시장이 2030세대가 즐기기에도 좋았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하지만 “청년몰에 들어갔을 때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분위기에 마치 이용하면 안되는 느낌을 받았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청년과 시장이 함께 살아남기 위해

청년 창업은 전통시장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그 자체가 해결책이 되기엔 한계도 명확하다. 대부분 청년몰은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며 임대료 지원이 끝난 시점에 폐업하는 사례도 많다. 또한 시장 기반 시설의 낙후, 상권 분석 부재와 같이 구조적 문제도 있다. 전통시장 관계자들은 디지털 교육, 상인 간 갈등 조정 기구 마련, 소비자 분석 기반 점포 기획 지원을 장기 과제로 본다. 급변하는 소비 패턴 속에서 전통시장 활성화는 장기 과제들의 해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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