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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조은지 기자
서울시가 운영하는 24시간 상담 전화 서비스 ‘외로움안녕120’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건 30대 남성은 처음에는 별말 없이 웃기만 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이 도시에서 사는 게 참 편안해지지가 않다”는 말을 꺼냈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음에도 묘하게 느껴지는 불편함, 붐비는 도시에서 벗어나 집에 왔을 때 느끼는 적막감 등 서울에 살아가는 청년들은 저마다 외로움 갖고 있다.
청년들, 외롭지만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은 저조

<사진 1▲>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에 관한 누리꾼 의견. (출처: X)
서울연구원은 2023년 ⌜서울시민 정신건강 실태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를 발행해 서울 시민의 외로움 비율을 조사했다. 서울 시민의 56.3%, 청년 중 54.8%가 외로운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이 58.8%로 남성(50.6%)보다 외로웠으며 1인가구(55.4%)가 다인가구(54.5%)보다 외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어려움 또한 외로움과 관련이 있었다. 월 200만원 미만인 청년이 60.3%로 가장 외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상경 4년 차 대학생 김사라(23) 씨도 외로움을 겪었다. 김 씨는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집에 들어오거나, 아플 때 등 일상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년들이 외로움을 나누기는 쉽지 않다. 정신과 방문과 상담에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제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12.1%였다. 이는 외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사회적 편견과 비용이라는 진입장벽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박지혜 연구원과 이선혜 교수는 2022년 논문 ⌜청년의 정신건강 도움요청 과정과 의미에 대한 탐색연구: 소비자 중심의 정신건강서비스 설계에 대한 시사점⌟에서 26~34세 청년 5명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연구참여자들은 △(정신질환)이 나약하다는 생각 △약 장기복용 우려 △병원에 간다는 것은 병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생각 △상담으로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음 등 다양한 이유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을 망설였다.
높은 이용 비용도 청년들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 “청년들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 적정 치료・상담 비용 책정, 소요 비용에 대한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5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까지’하는 상담 비용은 건강악화로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외로움을 말하는 것만으로 바뀔 수 있을까

<사진 2▲> 외로움안녕120 홍보 포스터. (출처: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외로움안녕120은 서울 시민들이 자신만의 외로움을 얘기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 4월 1일, 1년 3000건 상담을 목표로 운영을 시작했다. ‘외로움’의 범위는 한정돼 있지 않다. 혼자있을 때 느끼는 고독감, 가족과 함께 있음에도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결핍에서 오는 외로움 등 포괄적인 외로움을 들고 있다.
6월 말까지 외로움안녕120을 찾은 이는 1년 목표 상담 건수 3배에 달하는 9,334건이었다. 이 중 청년(19세~39세)의 비율은 약 32%다. 외로움안녕120의 김 상담사는 “사업을 준비하며 중장년층에서 전화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했고 현재 중장년층이 가장 많긴 하지만, 청년에게 이렇게까지 큰 수요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김 상담사는 상담사로서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익명을 요청했다.
외로움안녕120을 찾은 청년들은 다른 세대와 달리 조언을 구하는 경향이 컸다. 김 상담사는 기억에 남는 사례로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걱정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던 30대 초반 여성을 꼽았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상담을 통해 목표를 명확히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다. 김 상담사는 “아무리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고 해도 본인을 지지해 주고 자아의 기반이 되는 존재가 있는 분들은 금방 회복한다”며 “기반이 부족하거나 약한 분들은 반복되는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외로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론 힘든 곳이지만 그 안에 힘듦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함이 있다는 것을 겪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아주 조금만 반 발자국이라도 내밀어 본다면 (현재의 외로움과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런 위로와 따뜻함을 서로에게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