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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이지현 기자
한국 산업을 휩쓰는 VIP 인플레이션
최근 한국 사회에서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VIP 인플레이션’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VIP 인플레이션’이란 특정 혜택이나 서비스를 위해 요구되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지는 현상이다. 백화점, 공연·스포츠, 홈쇼핑, 여행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VIP 제도가 과도하게 세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났다. 등급별 차별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의 계급화가 심화된다는 지적이 있다. 기존보다 높은 비용을 지급하고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다.

▲ <사진 > 유통업계 VIP 시행·확대 현황 (출처=국민일보)
백화점 매출에서 VIP가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로 백화점 업계는 VIP 제도를 확대했다. 2024년 갤러리아백화점 매출에서 VIP가 차지하는 비중은 51%,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VIP 비중은 45%, 현대백화점은 43%로 각각 집계됐다. 구매력이 높은 VIP를 겨냥하기 위해 백화점 업계는 올해 들어 VIP 등급 신설과 조정 등 제도를 세분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상위 등급인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을 신설해 기존 6단계에서 7단계로 확대된 VIP 제도를 시행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상위 등급의 기준도 상향됐다. 다이아몬드 등급 기준은 작년 6,000만원에서 올해 7,000만원으로, 플래티넘 기준은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프레스티지 등급을 도입하고 기존 일부 등급을 조정했다. 등급별 구매금액은 쟈스민 블랙은 1억 2,000만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쟈스민 블루는 8,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쟈스민은 5천 500만원에서 6천 500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가격 기준은 올라갔음에도 VIP 일부 혜택은 감소했다. 명품 마일리지 브랜드 수는 80여개에서 12개로 대량 축소됐다. 그린 등급에게 제공하던 음료 서비스 횟수 또한 감소했다.
2030을 위한 VIP 제도, 오히려 VIP 인플레이션 유도
백화점의 VIP를 이루는 고객층이 달라지고 있다. 백화점 주 고객은 40대 이상의 연령층 중심에서 2030 세대로 변화하고 있다. 2030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VIP 제도도 등장했다. 2021년 현대백화점은 2030 세대를 위한 VIP 등급 ‘클럽와이피(Club YP)’를 신설했다. 해당 등급은 연간 적립 금액 3,000만 원 이상, 45세 이하(2025년 기준 1980년생) 기준을 충족할 때 선정된다. 클럽와이피는 전용 라운지 이용, 무료 주차 및 발레파킹 서비스, 쇼핑 할인 혜택 등의 VIP 혜택을 누린다. 동일 금액 조건에 연령 제한이 없는 세이지 등급과는 달리, 발레파킹 서비스와 웰컴기프트가 포함된다.
그러나 2030 소비자 대상 VIP 혜택이었던 클럽와이피는 올해 연령 제한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연 나이 39세 이하였던 연령 기준이 45세 이하로 변경됐다. 또한 클럽와이피의 기존 혜택을 축소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일어났다. 지난해 클럽와이피 혜택이었던 아시아나 항공 연계 서비스가 올해는 사라졌다. 소비자들은 네이버 카페를 통해 ‘오히려 지나친 등급 세분화로 인해 VIP 혜택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다른 등급과 통합하고 혜택을 늘리는 것이 낫겠다’라는 의견을 공유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 <사진 > 클럽와이피 혜택 축소와 연령 확대에 대한 소비자 반응 (출처=네이버카페 시크먼트)
백화점 VIP 제도와 VIP 인플레이션에 대한 20대의 생각
현 백화점 VIP 제도와 VIP 인플레이션에 대한 20대의 생각은 백화점 이용 빈도에 따라 다르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오렌지 등급인 김유진 씨(25)는 롯데백화점 전 지점 무료 주차 서비스, 백화점 내 라운지 무료 이용, 명절 시즌 선물 증정 등의 VIP 혜택을 받고 있다. 김 씨는 VIP 등급제가 고객들의 소비를 부추긴다고 생각한다. 그는 “VIP 혜택의 편리함을 경험하게 되면 일반 고객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VIP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백화점 소비를 꾸준히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최희진 씨(22)는 백화점 VIP 혜택은 영양가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최 씨는 “큰 금액을 소비해 VIP를 유지할 정도로 혜택이 매력적이지 않아 VIP 제도를 활용할 생각은 별로 없다”라며 현 백화점 VIP 제도가 20대 신규 고객을 끌어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VIP 인플레이션 현상에 관한 생각을 묻자, 김 씨는 VIP 인플레이션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기업으로서는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VIP 제도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본인의 경제력에 맞게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최 씨는 “백화점 VIP 제도는 고객에게 풍성한 혜택을 제공한다기보다 단순히 명예를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VIP 인플레이션은 백화점이 고객의 명예와 구매력에만 초점을 맞춰 VIP 등급을 세분화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최 씨는 소비자의 권리를 모두가 정당하게 누릴 수 있도록 소비에 따른 편재화를 줄이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례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심화되는 VIP 인플레이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VIP 인플레이션은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의 경쟁 심리가 맞물려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 이 현상이 지속된다면 소비자 간 계급화와 지나친 경쟁·과시 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웹진 넥스트이코노미 제214호를 통해 “기존 VIP 회원들은 그동안 누리던 혜택을 놓치고 싶을 리가 없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구매 실적을 채우려 들 수 있다”고 언급하며 경쟁 심리를 경계했다.
VIP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은 소비자를 위한 실질적인 혜택을 중심으로 VIP 제도 조정이 필요하다. 연세대 경영대학 김동훈 교수는 논문 ‘고객의 등급 하락에 따른 VIP 프로그램의 차별적 효과에 관한 연구’에서 VIP 프로그램의 부정적 측면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기업이 VIP 프로그램의 가입 고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급 조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제도의 부정적인 측면을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