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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이지현 기자
사람들은 왜 ‘갓생’을 쫓는가
갓생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生)의 합성어로, 신처럼 부지런하고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2023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2,000명 중 50.5%가 ‘갓생’의 개념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갓생’을 검색하면 25만 2,000건 이상의 게시물이 나온다. 사람들은 해시태그를 통해 갓생을 살아가는 하루 일상, 갓생 사는 방법 등을 공유한다.

<사진 1>▲ 2025년 2월 인스타그램에 #갓생을 검색하자, 게시물 25만 2,000 건이 확인됐다. 2024년 11월 검색 결과(24만 2,000건)보다 1만 건이 증가했다. (출처=인스타그램)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최서연 씨(22)는 구독자 1만 명이 넘는 대학생 일상 브이로그 유튜브 ‘서연이야’ 채널을 운영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기록하고자 시작했다. 그는 구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갓생’이라고 불러주는 것을 보고 자신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갓생 콘텐츠가 “타인의 건강하고 올바른 삶의 방식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소통의 창구”라고 말하며 갓생 콘텐츠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갓생을 살아가는 대학생의 이야기
대학생 조유진 씨(22)는 학교 가기 전 새벽 수영을 다닌다. 종일 수업을 듣고 귀가하면 배운 내용을 복습한다. 주말에는 올리브영 오픈 아르바이트를 한다. 동아리 활동도 3개를 병행한다. 봉사동아리, 스터디 겸 친목 동아리, 그리고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학보동아리. 그는 “하루가 끝날 때 아쉬운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면 훨씬 알찬 하루를 보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수기로 쓰는 플래너, ‘투두메이트’라는 앱으로 일정 관리한다. 오늘 목표한 일을 다 마치고 다음 날 계획도 완벽하게 세워야 뿌듯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진 2> ▲ 조유진 씨의 투두메이트, 캘린더 앱 화면. 조 씨는 앱을 활용해 일정을 확인하고 계획대로 수행한다. (출처=본인제공)
대학생 안선하 씨(22)는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기로 지난해 11월을 꼽았다. 당시 안 씨는 학교 수업과 함께 댄스동아리, 대외 활동,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안 씨는 8일 밤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새벽에 댄스동아리 정기 공연 연습을 했다. 그는 자정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밤을 새워 안무 연습을 하고 바로 대외 활동을 하러 이동했다. 그 후에는 또 아르바이트와 새벽 연습을 했다.
두 학생에게 자신의 인생을 ‘갓생’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두 학생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조 씨는 자신이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365일 24시간 항상 열심히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안 씨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균형을 맞춰 사는 것이 갓생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그 기준을 충족시킨 적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자신과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을 보면 어떨 거 같은지 물었다. 조 씨는 “되게 열심히 산다”고 생각할 거 같다고 말했다. 안 씨도 제삼자로 자신을 바라본다면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보일 거 같다고 답했다. 그들은 분명 열심히 살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한 평가를 내렸다. 남들이 보기에 ‘갓생’을 사는 그들은 자신의 삶에 크게 만족하지 못했다.
갓생, 오히려 삶의 독이 되기도
조 씨는 “갓생은 행복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갓생’의 정의대로 살면 행복할 수 없는 거 같다”라고 말하며 갓생의 모순을 언급했다. 행복하기 위해 갓생을 사는데 막상 완벽을 추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친다. 안 씨도 자신의 삶을 ‘애매하게 갓생을 흉내 내는 느낌’이라 평가했다. 바쁘게 살고 있지만 본인이 바라는 완벽한 삶이 아니라는 것. 안 씨는 “나는 항상 3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렇지만 내 주변에는 나보다 열심히 살면서 잘하는 애들 천지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 심리 상담을 받을까 고민할 정도로 지쳤다고 덧붙였다.
건강과 행복을 위한 갓생이 때로는 삶을 힘들게 만든다. 룰루레몬은 ‘글로벌 웰빙 리포트 2024’에서 올해의 키워드를 ‘웰빙 번아웃’으로 선정했다. 웰빙 번아웃이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오히려 번아웃 증상을 겪는 현상이다. 룰루레몬은 한국을 포함한 15개 국가 1만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 중 45%가 “웰빙을 추구하는 과정이 오히려 나를 지치게 한다”라고 답했다. 특히 웰빙 번아웃은 젊은 세대에게 흔히 나타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Z세대의 76%가 웰빙 번아웃을 겪었다고 밝혔다.
해당 리포트에서 한국의 웰빙 지수는 65점이다. 조사 대상 15개국 중 13위로 낮은 웰빙 지수를 기록했다. 조사에서 한국 응답자 82%가 번아웃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전체 응답자(75%)보다 7%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화여대에서 ‘정신건강과 행복’ 교양 수업을 맡은 이유미 교수는 “갓생을 사는 ‘나’는 완벽하고 이상적이어야 한다. 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스로 실패한 인생이라 생각해 번아웃이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갓생’ 사는 법
크리에이터 최서연 씨는 피로와 무기력함을 느낄 때를 스트레스가 아닌 숨을 고를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 위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때로는 지치고 다시 일어서는 리듬이 삶을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준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롤러코스터처럼 지쳤다가 다시 일어나는 삶이 오히려 더욱 건강하고 가치있는 삶”이라 덧붙였다.
이유미 교수는 실수와 실패에 대해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갓생의 기능을 실수와 실패를 다음에 어떻게 바꿔나갈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과정이 즐겁지 않다면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삶을 즐기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강한 갓생을 위해서는 갓생과 행복을 연결해야 한다. 이 교수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자주 생각해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과감히 해보는 시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