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원의 사각지대, 가다실 9가

고유나 기자

을 예방하는 유일한 백신

가다실 9가는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로 알려진 HPV 예방 백신이다. HPV란 인간을 감염시키는 유두종 바이러스로, 인유두종 바이러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궁경부암은 갑상선암, 유방암 다음으로 암 발병률이 높은 여성 질환이다. 자궁경부암의 70%를 차지하는 HPV 16과 HPV 18은 가다실 9가 접종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 HPV가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이기 때문에 가다실 9가는 주로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로 알려졌지만 HPV가 원인인 항문암, 외음부암, 음경암 역시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접종해야 한다.

▲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서 조사한 국내 HPV 감염자의 HPV 유형 검출 결과를 토대로 만든 지표> 국내 HPV 감염자의 HPV 유형 건수 (출처: 헬스중앙)

2021년 기준 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의 국내 HPV 감염자의 HPV 유형 검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감염자의 HPV 유형은 16번(2,132건)이 가장 많았고, 52번(2,116건)이 2위, 58번(1,512건)이 3위였다. HPV는 암유발이 가능한 고위험 바이러스지만 가다실 9가 접종만으로도 예방 가능하다.

암을 막아주는 백신’… 접종률은 저조

암을 예방하는 유일한 백신이지만 국내 가다실 9가 접종률은 낮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고유석 씨(22세)는 “가다실 9가를 접종하지 않았다”며 “가격이 높아 금전적이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접종을 하지 않았다. 여유가 생긴다면 맞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유다현 씨(21세)는 “가다실 4가는 정부 지원을 받아 접종했으나 9가는 사비로 접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 부담이 되었다”며 “여유가 생겼을 때 바로 접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승미 씨(21세)는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에 정부에서 지원해 준 4가만 접종하고 9가는 접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HPV는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다. 때문에 의사들은 미성년 시기 혹은 20대 초반에 가다실 9가 접종을 권한다. 3회 맞아야 하는 가다실 9가의 가격은 한 회당 약 20만원으로 총 비용은 60만원 대에 이르는 터라 청년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 시기 청년들은 소득이 적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도 없다 보니, 접종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난다. 백신 효과가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시기에 경제적 이유로 접종을 하지 못하는 현실은 해당 정책의 공백을 보여준다.

가다실 4가와 9가의 차이

가다실 4가는 HPV 6, 11, 16, 18형을 예방하는 백신으로 4가지 유형의 항체를 형성하는 백신이다. 가다실 9가는 4가가 예방하는 4가지의 유형에 더해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까지 예방 범위가 늘어난다. 가다실 9가만이 예방 가능한 유형들 중에서 52형과 58형은 국내 hpv 감염자 유형 검출 결과에서 16형 다음으로 많이 검출된 유형이다. HPV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세 가지로 서바릭스, 가다실 4가, 가다실 9가이다. 때문에 2가 백신으로 16형과 18형만을 예방하는 서바릭스와 가다실 4가만으로는 52형과 58형 예방이 불가하다. 즉 HPV의 효과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가다실 9가를 접종해야 한다. 연세아름다운산부인과의원 이내현 원장은 “가다실 9가는 4가로 예방할 수 없는 5가지 유형의 HPV를 예방할 수 있으므로 가다실 4가를 접종했어도 9가를 접종하는 것이 좋다”며 “9가 접종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맞을 수 있다면 무조건적으로 맞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가다실 ‘4만을, ‘여성에게만 지원하는 정부

현재 정부는 가다실 4가 접종만을 지원한다. 2016년 만 12세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원을 시작하여, 2022년 만 13~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접종 대상 연령을 확대하긴 했으나, 가다실 4가만을 지원하며 남성은 아예 대상에서 빠져있다는 점이 해당 사업의 핵심 허점이다. 앞서 말했듯, 가다실 4가만으로는 예방할 수 없는 HPV 유형이 현재 국내에서 많은 검출률을 보인다. 그럼에도 가다실 정부는 가다실 4가 접종만을 지원한다. HPV는 주로 성접촉으로 전염되기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파트너에게 HPV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2010년에서 2021년 사이 남성의 생식기 사마귀 발생률은 3배나 증가했다. 곤지름이라고도 불리는 생식기 사마귀는, HPV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 중 하나이다. 주로 성관계를 통해 옮기기 때문에 남녀 모두 HPV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2002년과 2019년 사이에 한국 남성 구인두암의 일종인 편도암 발생률도 3배나 증가했다. 구인두암은 과거 술담배가 주 원인이었으니 최근은 HPV로 인한 발생 확률이 증가했다. 또한 HPV 감염이 남성의 정자 수 및 운동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때문에 남성 또한 가다실 9가 접종이 필수다. 현재 OECD 33개 회원국 중 28개국이 국가 예방접종에 가다실 9가 백신을 포함시켜, 남녀 모두에게 접종을 지원 중인 반면, 대한민국은 여성에게만 일부를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 이러한 정책은 오랜 기간 과소평가된 남성 HPV암과 질환의 영향이 남아있다.

정부의 인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사업과 그 전망

가다실 4가만을 지원하고, 지원 대상에서 남성은 배제한 국가 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효과적인 HPV 예방이 불가하다. 2022년 3월 11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사람유두종바이러스감염증 예방접종’ 국가지원 확대 보도자료에 따르면. HPV 백신 예방접종사업의 목적은 ‘신체•정서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인생 전환기인 여성 청소년에게 전문 의료상담과 진찰,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접종 서비스를 제공하여 건강한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HPV 예방 주체를 여성으로 한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성관계 파트너가 모두 가다실 9가를 접종해야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한 점, 남성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며 그 주체를 여성으로 한정하고 있는 점, 여성에게 지원하는 백신 또한 가다실 9가가 아닌 2가와 4가인 점 등을 종합했을 때, 현재 정책을 통한 효과적인 hpv 예방을 기대하긴 어렵다. 의학적인 부분은 빠르게 개선되기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할 수 있으나, 국민들의 인식 개선은 정부의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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