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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이예경 기자
수많은 연예인이 악성댓글(이른바 악플)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왔다. 일부는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연예뉴스 댓글 폐지를 선언한 다음카카오를 시작으로 네이버와 네이트까지 포털 연예뉴스의 댓글창을 닫았다. 지나친 인신공격성 댓글로 인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욱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양방향 소통이라는 인터넷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연예인 개인의 인격권 침해 사례가 증가해 댓글창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중은 해당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작년 12월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댓글과 실시간 검색어 폐지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연예뉴스 댓글 폐지’를 찬성했다. 응답자의 97.7%는 최근 연예인의 비보에 악성 댓글이 영향을 줬다고 답하며 악성 댓글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댓글을 그리워하는 대중, 그리고 신종 어뷰징의 등장
그러나 일부는 연예뉴스 댓글 폐지를 찬성하면서도 아쉬움을 느낀다. 악플을 보면 바로 신고한다는 서울대 경제학과 오경희 씨(21)는 조심스럽게 “댓글이 사라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예뉴스를 볼 때 이전보다 훨씬 답답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댓글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없고, 기사에 대한 비판과 공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앙대 문예창작과 김수현 씨(21) 역시 악플 문제가 심각해 댓글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기사에 댓글이 없어지자 ”연예뉴스 자체에 관한 관심도 떨어졌다”라고 했다. 텐아시아 이민아 편집국장은 실제로 댓글 폐지 이후 언론사 서버에 전송되는 데이터양인, 트래픽이 20%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댓글을 읽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인지 독자가 기사에 머무는 시간도 현저히 줄고 있습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방적으로 연예계 소식을 전달받기보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의미이다.
기사 댓글창이 폐쇄되자 직접 댓글을 찾아본다는 의견도 많았다. 충남대 해양환경과학과 이주현 씨(21)는 화제 혹은 논란이 될 만한 연예뉴스가 올라오면 댓글을 달 수 있는 웹 사이트나 SNS에 접속해 여론을 확인한다고 전했다. 이 씨는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니까요”라며 다른 경로를 통해 댓글을 확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댓글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신종 어뷰징이 등장했다. 일부 기자들은 연예기사를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타 카테고리에 게재하기 시작했다. 해당 기사들은 주로 ‘생활과 문화’ 카테고리에 게시되는 거로 나타났다. 댓글이 활발히 달리기를 유도하는 것처럼 기사의 주제는 주로 논란이 생길법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기사는 높은 조회수와 댓글수로 다른 기사를 제치고 메인 뉴스에 오른다.
뉴스 이용자의 비판도 거셌다. 직장인 이현경 씨(24)는 “자극적인 소재의 연예 기사에 의도적으로 댓글을 유도하는듯한 기자의 태도가 비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 시선 속에서도 타 카테고리에 있는 연예뉴스는 매일같이 높은 댓글이 달리며 상위권에 위치한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기사 순위 상승을 위해 고의적으로 기사의 카테고리를 조작하는 행위를 ‘신종 어뷰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제평위 심사규정에 카테고리 관련 부정행위 항목이 없어 제재하거나 벌점을 부과할 근거가 없다”라며 현재 이러한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규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김영욱 교수(54)는 신종 어뷰징은 클릭수를 유도하고 이로부터 광고수입을 확보하려는 언론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규제가 마련된다 해도 언론 수용자를 상품으로 보는 언론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면 이러한 문제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수민, 장원호 교수가 2018년에 발표된 논문, ‘한국 청년들은 왜 인터넷 댓글에 공감하는가?‘에 따르면 다수의 공감을 받은 댓글은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으며, 청년층은 기사 밑에 딸린 댓글을 유심히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악플 문제가 이어지는 한 댓글창은 계속 축소되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영욱 교수는 악플 문제의 원인으로 인터넷 댓글의 익명성에 주목했다. 익명성은 댓글을 활성화하겠지만, 그렇다고 의미 있는 공론장을 만들지는 못한다고 거다. 덧붙여 이제는 개인이 자신의 글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익명성을 포기하는 접근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순기능과 역기능 사이의 균형이 부서지는 순간, 댓글은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 김교수는 마지막까지 “댓글이 배설이 아니라 공론의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라는 당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