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만 자극하는 언론, 코로나 완치자는 뒷전?

황서현 기자

코로나 확진자 수를 다루는 기사는 많다. 그러나 완치자의 정확한 정보를 다루는 기사는 확진자 기사 수의 30분의 1 정도다.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최영 교수는 2012년에 「인터넷 언론의 낚시성 헤드라인의 문제점」라는 제목의 논문을 냈다. 논문에선 기사 줄거리 제공이 헤드라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기사가 사람들의 호기심만 자극하는 제목을 사용할 뿐 기사의 핵심을 제공하지 못했다. 2020년 3월 12일과 13일에 ‘광주 3번 확진자 퇴원 6일 뒤 다시 양성’, ‘코로나 특이사례 나왔다…“바이러스 소실 안되고 재활성”’이라는 제목의 두 기사가 보도됐다.

두 기사에서 해당 확진자의 양성 판정 이유는 보균 상태 유지다. 재감염이나 재활성화 사례가 아니다. 2020년 3월 12일 기준 광주 환자가 퇴원한 후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는 12개다. 그 중 1개의 기사에만 제목에 ‘회복기 보균’ 단어가 포함돼있다. 이런 언론의 행태 때문일까, 완치자 관련 잘못된 정보로 억울함을 겪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재택근무를 권고받은 직장인 송대성 씨(53)는 전파 감염 우려로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걸 느꼈다. 코로나 전파력이 0이라는 의사 소견서를 회사에 제출했음에도 재택근무를 해야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은 지난해 4월 29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재활성화가 바이러스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임상 소견을 제시했다. 코로나 확진 전까지 송 씨는 완치자의 코로나 전파력이 0 임을 몰랐다. 시립의료원 퇴원 시 의사, 간호사에게 들어서 알게 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해 5월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 완치 후 다시 확진 판정을 받은 재양성자는 전파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5월 19일부터 대응 지침을 변경했다. 격리 해제 후 직장으로 복귀 시 별도의 PCR 음성 확인이 필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인 김지희 씨(31)는 완치 후 재택근무를 권고받았다. 김 씨의 회사에서 감염 방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음성 2회가 나온 뒤 출근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파력이 0 임에도 재택근무를 했다.

송대성 씨와 김지희 씨의 공통점은 코로나 완치자, 재택근무 이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다. 확진 전에는 코로나 완치 후 전파력이 0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 네이버에 ‘코로나 현황’을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뜨는 결과다. 완치자 수보다는 일별 신규 확진자 수에 더 초점을 뒀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 기준 2020.01.01. 에서 2021.10.23. 까지 ‘코로나 확산’이 포함된 기사는 18만 8168개다. 같은 기간 동안 ‘집단 감염’ 이 포함된 기사는 8만 4137개다. ‘코로나 완치자’가 포함된 기사의 개수는 2448개에 불과하다. ‘집단 감염’이 포함된 기사의 수가 ‘코로나 완치자’가 포함된 기사의 수의 30배가 훌쩍 넘는 셈이다. 사람들은 누가, 어디서 코로나에 감염됐는지에만 집중했다. 코로나 완치 후 생활 치료 센터에서 퇴소한 이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완수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사안은 대부분 미디어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완치 문제도 미디어가 어떻게 보도하는가에 따라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뉴스를 다룬다. 코로나 감염 문제는 더 뉴스 가치가 있다고 보지만 완치자 문제는 뉴스 가치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본다. 따라서 “미디어 입장에서 부정적 뉴스가 더 흥미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완치자 관련 뉴스가 적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사안은 대부분 미디어에 의존하고, 코로나19 문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완치 문제도 미디어가 어떻게 보도하는가에 따라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완치자인 직장인 장진욱 씨(27)는 코로나 완치자 관련 정보를 언론 보도로 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완치자의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없다는 점을 언론에서 보도하기를 바란다. 코로나에 걸렸던 대학생 김태은 씨(22)는 인터넷에 코로나 확진 후 양성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반응에 속상함을 드러냈다. 양성 판정에도 생활치료센터에서 내보내짐이 민폐라는 댓글을 보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완치자 관련 정확한 사실이 보도돼 사람들이 완치자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김영욱 교수는 코로나 인식 개선을 위해 충분한 정보와 광범위한 국내외 사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안을 이성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위험과 관련해 이성적인 공론장 형성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 “언론이 공포를 자극하고, 특정 사람에 탓을 돌리는 행태로 클릭을 유도하는 구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200518518951?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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