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이 뭐예요?” 대학생 기자가 직접 해봤습니다

황혜정 기자

“공원에서 운동하며 환경까지 보호하는 아름다운 ‘쓰담이’를 찾습니다.” 3월 11일, 서울숲에서 한 문구를 발견했다. 2020년 6월 시작된 ‘쓰담’ 운동 참여자 모집이었다. ‘쓰담’은 2019년 9월, 국립국어원에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인 ‘플로깅’ 대신 우리말 대체 권고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쓰담 봉사활동을 시작하려면 서울숲 방문자 센터에서 등록 절차가 필요했다. 쓰담에 호기심을 갖고 센터에 찾아가 방법을 살폈다. 온라인으로 신청을 완료하고 나선 봉투와 함께 안내를 받았다.

서울숲 자원봉사 ‘쓰담쓰담’에 관련된 포스터 사진이다. (출처=서울시 공식 홈페이지)

“봉사 끝나시면 봉투째로 바로 버리시면 됩니다.”

“봉투를 같이요?”

“네. 생분해 봉투라서요.”

서울숲 ‘쓰담쓰담’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받게 되는 봉투이다. 생분해 봉투라는 안내가 적혀있다.

봉투째로 버리면 된다는 말에 당황도 잠시, 생분해 봉투라는 말을 듣고 납득했다. 생분해 봉투는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된다. 6개월 이내 자연분해가 가능해서다.

봉투와 함께 비닐장갑을 받았다. 기존엔 오직 생분해 봉투만 배부됐었다. 서울숲 윤종국 협력팀장(42)은 설문조사 결과에서 봉사자들이 맨손으로 쓰레기를 줍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나서 환경부에서 인증받은 친환경 비닐장갑을 배부한다고 밝혔다. 왜 다회용품이 아닌 일회용품을 지급할까. 윤 팀장은 “다회용 장갑, 집게 대여에는 수거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답했다. 반납하러 돌아오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있어서다.

봉투를 들고 서울숲을 활보했다. 활동에 참여하면 봉사시간 1시간도 부여받는다는 말에 제대로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커졌다.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 속 쓰레기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돌아다니며 발견했던 쓰레기. 일회용품이 주를 이뤘다.

봉사 시작 30분 경과, 쓰레기가 하나둘 봉투에 쌓였다. 휴지, 물티슈, 일회용 수저와 같은 일회용품이 주를 이뤘다. 한참 걷고 뛰어서 발견한 것이지만 몇 개 되지 않았다.

쓰레기가 없다는 이유로 묘하게 실망하는 아이러니를 경험했다. 자리를 뜨려는 사람이 보이면 주변을 서성거렸지만 작은 쓰레기도 찾기 힘들었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도 다수였는데 옆구리엔 항상 배변 봉투가 자리하고 있었다.

활동을 마친 후의 쓰레기봉투. 일반 쓰레기통에 봉투째로 처리한 사진이다.

1시간 30분이 경과 하자 작은 쓰레기들로 조금씩 봉투를 채워 나갔다. 쓰레기를 주우며 소소한 기쁨을 자주 경험했다.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딘가에서 계속 돌아다닐 쓰레기를 직접 치운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평소 산책을 다닐 때도 봉투와 집게만 있다면 쉽게 할 수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함께였다.

2시간쯤에 활동을 마치고 봉투를 정리했다. 플라스틱을 제외하고는 일반 쓰레기통에 봉투째로 쓰레기를 처리했다. 쓰레기통 안쪽에 뒤섞인 플라스틱 용기를 발견하고 꺼내 처리하고 나서야 진정한 쓰담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쓰담’, 왜요?

쓰담은 최근 다양한 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됐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 한강 쓰담 캠페인 ‘다같이 줍자, 서울 한 바퀴’, 화장품 기업 이니스프리에선 제주도에서 쓰담 캠페인인 ‘다함께 소규모 봉그깅’를 진행했다. 지난 3월, 대구국제마라톤대회에선 쓰담 미션을 진행해 참가자들이 마라톤과 쓰레기 줍기를 동시에 하도록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는 ‘플로깅’을 해시태그(#)한 게시글이 9.6만에 달한다.

한편에선 쓰담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숲 윤 팀장은 이에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 곧 환경 보호의 시작이 된다며 쓰담의 효과를 언급했다. “쓰담 활동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봉사자들이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서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손예은 주임(31)은 쉽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언급했다. “언뜻 보면 깨끗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쓰레기가 정말 많은 곳이 있어요. 그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바람이 불어 강으로 떠내려가 물까지 오염시키게 되죠.” 시민들의 쓰담 참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히며 봉사의 긍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총 40회 이상 쓰담 경험이 있는 직장인 이채원 씨(29)는 쓰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환경 미화원 분들이 청소해주시는 거리는 깨끗해 보여도 바다나 산 곳곳에 숨겨진 쓰레기들이 많아요. 미화원분들 숫자에 비해 버리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요.” 이 씨는 쓰담의 선한 영향력을 강조하며 말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 실천방안을 모색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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