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아 층의 전유물’, 이제 공연 예술에 변화가 필요한 때

박지오 기자

2018년부터 이어진 ‘뮤지컬 VIP석은 15만 원’이라는 암묵적인 상한선이 깨졌다. VIP석이 16만 원으로 측정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시작으로, 뮤지컬 분야의 티켓 가격이 인상되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연된 ‘물랑루즈!’와 7월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의 VIP석 가격은 각각 18만 원, 19만 원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연 예술을 접하는 이현은 특히 대극장에서 올라오는 공연이 “너무 비싸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뮤지컬 다섯 작품의 VIP석 가격과 공연 기간. (출처: 인터파크)

‘왜’ 비쌀까? 

물가 인상은 티켓 가격의 인상 원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무대 제작에 투여되는 인건비를 비롯해 공연장 대관료, 광고비가 올라 기존의 티켓 가격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이외에도 투자 비용은 공연에 따라 편차가 크다. 공연마다 배우의 출연료, 무대의 규모를 포함하여 공연 예술을 구성하는 요소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뮤지컬 시장의 규모 변화도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공연예술 통합전산망(KOPIS)가 발표한 2022년 결산 공연시장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뮤지컬 티켓 매출은 4,253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총매출이 4,000억 원을 넘기며 상승세를 보인다. 소비자가 늘어나니 가격 인상이 당연하다는 제작사 측의 입장이다. 지난 6월 30일, 뮤지컬 제작사인 주식회사 랑의 안영수 대표는 공연을 제작하며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수요가 많은 공연의 가격 인상에 대해 “금액을 안 올릴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홍보 부족이 낳은 진입 장벽

공연을 알릴 방법이 부족한 현재 상황도 뮤지컬 등 공연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인다. 현재 뮤지컬, 연극을 비롯한 공연 예술은 예매처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예매하거나, 공연 당일 현장에서 티켓 구매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 온라인 예매 방식을 사용해 무대와 가까운 좌석은 전화 예매와 현장 구매보다 온라인 예매 시점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온라인 예매 사용 빈도가 늘어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공연 예술의 티켓 판매에 있어 온라인 예매의 비중이 커지면 기존 소비층이 아니었던 사람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관심이 있는 분야를 더 오래, 다양하게 노출하는 알고리즘의 영향을 받는 온라인 서버에 의지하기 때문에 새로운 관객의 유입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2012년 국내 종합 리서치 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하는 비중은 뮤지컬이 82.3%, 연극이 77.3%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덧붙여, ‘상영 횟수와 기간이 제한적’인 많은 공연 예술의 특성상 온라인 예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로운 홍보가 필요한 때

현재 공연 예술 홍보 방식의 한계점도 고려해 볼 지점이다. 가장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연 예술 홍보는 제작사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방식이다. 오디컴퍼니, 홍컴퍼니를 비롯한 일부 뮤지컬 제작사는 공연 중인 뮤지컬의 시연 장면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다. 쇼노트, 콘텐츠플래닝과 같이 뮤지컬 제작사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는 공연 사진을 찾아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온라인 매체의 특성상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공연 자체에 흥미가 없거나, 해당 공연에 무관심한 사람에게는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 

해당 제작사의 뮤지컬과 관련된 영상 및 사진을 게시하는 SNS 채널과 달리, 다양한 뮤지컬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혜화로운 공연생활’, SBS 팟캐스트 채널 ‘이럴거면 뮤지컬’과 같은 매체도 존재한다. 하지만 해당 채널에서 제공하는 영상 및 음성 또한 평소 공연 예술을 자주 관람하는 관객이 공연과 관련된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자 활용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 6월 30일 촬영한 혜화역 3번 출구 앞에 게시된 공연 홍보 포스터. 공연 기간이 지난 포스터(왼쪽 위)가 붙어있다. (출처: 박지오)

오프라인에서도 공연 예술 홍보물을 찾아볼 수 있다. 길가에 있는 게시판에 연극, 뮤지컬 등 공연 예술 작품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각 포스터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메시지는 다르지만, 대체로 공연 제목과 기간, 장소와 같은 관련 정보를 포함한다. 그러나 게시판에 공연 기간이 지난 포스터가 남아있거나, 특정 위치에만 집중된 한계를 지녀 다양한 관객층을 고려한 홍보 방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접근성을 높이려면 – 관련 사업 활용하기

 공연 예술의 접근성이 낮은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년 5월 시행된 ‘서울청년문화패스’ 홍보물 (출처: 서울시 누리집)

‘2023년 서울청년문화패스’는 지난 5월 서울시에 거주하는 중위소득 150% 이하 만 19세 청년(2004년생) 지원자 1인당 20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한 사업이다. 연극, 뮤지컬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 예매에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사업은 청년층의 문화관람 확대를 통한 문화 예술 분야 소비 및 창작 활동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해 공연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8월 25일부터 9월 14일까지 2001년부터 2004년생까지 대상을 확대하여 2차 사업을 진행 중이다.

– ‘적합한’ 관객에게 홍보하기

  공연 예술은 소재, 장소, 출연진 등 공연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에 관객층의 특성도 다르다. 그러나 각 공연이 주요 관객층을 드러낼 수 있는 홍보 경로가 턱없이 부족하다. 안영수 대표는 적절한 홍보 경로가 부족한 현황을 지적하며, ‘주요 타깃’에 어필할 수 있는 홍보 방식을 활용하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볍게 경험해보고 싶은 관객에게

  공연 자체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에게는 오픈런 공연 위주의 홍보가 효과적이다. 오픈런 공연은 끝나는 날짜를 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공연을 말한다. 다른 공연보다 부담 없는 가격, 무겁지 않은 소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공연이라는 장르를 접하고자 하는 관객에게 접근하기 좋다. 

  10월 16일 오픈런 공연인 연극 ‘라면’을 관람한 이현(21)에게 오픈런 공연 접근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생각한 것보다 공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전반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면에서 관객 입장에서는 더없이 반갑고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요즘 사회에서 ‘B급 감성’의 작품들을 선호하듯, 무겁지 않은 소재를 다루는 오픈런 공연이 가벼운 문화생활로 자리 잡기에 적합하다고 전했다. 

   오픈런 공연은 주로 대학로 등 극장이 밀집된 장소에서 전단을 나누어 주거나, 눈길을 끄는 포스터나 배너를 게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해당 공연을 올리는 극장 주변 식당이나 카페에 전단을 배포하거나, 협업을 맺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홍보 외에도 온라인 팝업스토어를 제시하며 “최근 트렌드의 마케팅 방법”의 도입과 같이 홍보 방식 확대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평소 3개월에 한 번꼴로 공연 예술을 접하는 박소영(19)은 공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극장이 많지 않아 “쉽게 관람하러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온오프라인에서 공연 예술 홍보를 자주 접하지 않을뿐더러 실제 관람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연 예술이 어렵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인식이 더 퍼지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연 관람이 취미인 ‘덕후’에게

  내한 공연,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 화려한 무대와 출연진을 포함하는 뮤지컬을 관람하고자 하는 관객층이 있다. 해당 관객층에 적합한 공연은 공연의 특성뿐 아니라, 스페셜 커튼콜, 프레스콜, 커튼콜 데이 등 공연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를 통해 홍보 효과를 얻는다. 스페셜 커튼콜은 공연 후 특정 장면을 시연하는 행사를, 프레스콜은 일부 장면을 취재진 앞에서 시연하는 행사를 뜻한다. 커튼콜 데이는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이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커튼콜을 촬영할 수 있는 날을 말한다. 앞서 말한 세 가지를 비롯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촬영한 영상이 SNS를 통해 퍼져 해당 공연에 관심을 두게 되거나,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느끼게 돼 관람으로 이어진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공연장을 찾는 장희영(21)은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진행한 커튼콜 데이에 촬영된 영상을 본 뒤, 해당 공연에 흥미가 생겼다. 그는 커튼콜에서 “관객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또한, 커튼콜 데이와 같은 이벤트를 통해 공연의 기억을 영상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순간의 예술”인 공연을 기록하여 당시의 감정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 경험과 교육의 확대

  학교에서 시행하는 공연 예술에 대한 교육 및 경험의 확대도 공연 예술의 접근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교과목에만 관심을 쏟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예체능 과목에 등한시하는 많은 학생은 성인이 된 뒤에도 공연 예술에 대한 흥미를 느낄 가능성이 당연히 작다. 공연 예술을 다루는 교과목을 창설하면, 자연스럽게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중고등학생의 문화 체험 촉구를 위해 학교마다 현장 체험학습으로 뮤지컬 등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공연 예술을 접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공연 관람을 취미로 삼는 경우가 잦다. 학교의 개별 프로그램으로서 한 번의 경험으로 공연의 접근성이 낮아지는 경향을 토대로, 모든 학교에서 연 1회 학생들의 공연 관람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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