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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강주하 기자
지난해 4월, 여의도에 위치한 카페 ‘카멜커피’의 메뉴판 사진이 트위터에 공유되며 크게 화제가 됐다. 카페의 전 메뉴가 영어로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숫가루는 ‘M.S.G.R’, 여의도 커피는 ‘Yeouido Coffee’로 적혀 있었다. 대중의 반응은 크게 “신선하다”와 “영어가 공용어는 아니지 않느냐”는 두 가지로 갈렸다.
‘브랜드 정체성’ 살리기 위해… 너도나도 영문으로 표기
최근 ‘카멜커피’를 비롯한 여러 카페가 간판과 메뉴판에 외국어만 표기하고 있다. 지나친 영문 표기는 수년 전에도 논란이 됐다. 2013년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카페 ‘베키아에누보’가 모든 메뉴를 영어로만 표기해 많은 소비자가 불만을 표했고, 현재는 한글과 영어, 두 언어를 모두 표기한 메뉴판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왜 영문 표기를 고집할까?
앞서 언급한 카페 ‘베키아에누보’는 메뉴 영문 표기로 논란이 됐을 당시 영문 표기가 브랜드 정체성에 더 맞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페는 아니지만, 이마트 역시 한글로 된 문구 대신 ‘stationery’, ‘princess’라는 영문 안내판을 사용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마트는 ‘장난감 테마파크’ 콘셉트에 맞춰 이국적 분위기를 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국립국어원이 만 20세 이상, 만 69세 이하의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2020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래어나 외국어가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므로’(41.2%)였다. ‘외래어나 외국어로 된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능력 있어 보이므로’(22.9%), ‘외래어나 외국어가 우리말보다 세련된 느낌이 있기에’(15.7%)라는 답변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본 조사 결과를 통해 카멜커피와 베키아에누보 등의 카페와 이마트가 영문 표기를 활용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영어를 활용한 마케팅이 해당 매장의 콘셉트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고, 소비자가 매장을 더 세련되게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감성에 가려진 차별
직장인 유지연 씨(29)는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 방문했다가 메뉴판을 보고 몹시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메뉴판이 영어로만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페가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용산구에 있는 만큼 영어로 된 메뉴판이 있다는 사실은 납득할 수 있지만, 영어로 된 메뉴판만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 교육을 받았고 유사한 음식점·카페 방문 경험이 있기에 이용이 어렵지 않았지만, 영어를 자주 접하지 못한 소비자는 이용이 어려울 거 같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인천에 거주하는 강윤하 양(12)는 “얼마 전 한 카페에 갔는데 메뉴판이 영어투성이라 주문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간 가족의 도움으로 메뉴를 고를 수 있었지만, 만약 또래 친구들과 함께 갔다면 매우 답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닌 개인 카페에 방문할 때면 이런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2020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는 ‘외국어 표현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외국어 표현(3,500)개에 대해 일반 국민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한 단어는 전체의 30.8%에 불과(1,080개)했으며, 70세 이상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겨우 6.9%(242개)였다.
국립국어원의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서도 일상생활에서 한글 표기 없이 외국 문자로만 표기돼 곤란한 경험이 있는지 물었을 때 37.4%의 국민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특성별로 살펴봤을 때 연령이 60대(53.1%),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61.9%)인 집단에서 곤란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현행 옥외광고물법 제12조 제2항에 따르면 옥외광고물(간판·입간판·현수막 등)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시해야 하며, 외국 문자를 표시할 경우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 옥외광고물 위반 행위의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어 간판의 관리 및 제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사항마저도 제대로 처벌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닌 메뉴판까지 제재하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부터 지나친 영문 표기 멈춰야
한글문화연대 유일환 연구원(28)는 일상적인 영역에서의 외국어 사용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의 풍토는 영어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동아리 ‘우리말 가꿈이’에서 2021년 현장·온라인 설문을 통해 무인 단말기 이용 경험 여부 및 불편 사항을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응답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한글로 쓰인 외국어라 할지라도 모르는 단어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로마자로 메뉴판을 작성한다면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배제하고, 특정 연령층 혹은 고등 교육을 받은 국민만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라며 “넓게 보면 세대별 장벽을 만드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유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에서부터 외국어 남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정부 부처에서 시행하는 사업 이름이 외국어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워케이션’ 사업은 ‘work’와 ‘vacation’을 합친 표현으로, 휴가지 원격 근무를 의미한다. 이런 풍토는 중앙행정기관에서 광역자치단체로, 또 언론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유 연구원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인 사업자에게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만 사용해라’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정부부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며 사회 전반에 우리말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