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고로 이어지는 안전불감증, 언론의 역할은?

박은성 기자

‘안전불감증’이란 단어를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안전불감증이란 ‘안전에 익숙해져서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통사고, 화재사고 등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마 나한테 일어나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이러한 생각이 개인의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지고, 관련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무엇이 있나?

안전불감증과 관련된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1995년 ‘상품백화점 붕괴 사고’이다. 두 사고 모두 이미 다리와 건물에서 많은 균열이 발견되는 등 붕괴 조짐이 보였다. 결국 다리와 건물이 붕괴되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두 사건은 1년이 채 되지 않아 연달아 발생하여 사회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를 시작으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2014년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고, 2021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 최근 발생했던 2022년 이태원 압사 사고 등 1-2년에서 길게는 5-6년에 한 번 씩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큰 사고들이 발생했다.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는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학부에 재학 중인 김은유 씨(19)는 3월 31일 발생했던 ECC 화재 사건 당시 ECC(Ewha Campus Complex)에서 강의를 듣고 있었다. 화재 사건에 대해 그는 강의 도중 화재 경보가 울렸다고 말했다. “모든 학생이 당황해서 주위를 살피기는 했으나 밖으로 나가지는 않고 있었다. 어떤 분이 강의실에 들어오셔서 진짜 불이 난 게 맞으니 나가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제야 모든 학생들이 짐을 챙겨 건물을 나갔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은유 씨는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저의 경우를 사례로 들자면 경보의 오작동이나 오발령을 겪은 경험이 많기에 경보가 울려도 잘못 울린 거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미디어의 발달과 ‘안전불감증’

미디어가 점차 발달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정보를 생산하고, 또 그 정보를 소비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다양해지면서, 사실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허위정보가 대량으로 생산되기도 한다. 일명 ‘사이버렉카’라고 불리는 생산자들은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마냥 영상으로 만들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자극적인 내용을 정보와 영상을 무분별하게 접하게 된다.

동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강아영씨(19)는 허위정보를 믿은 적이 있다며, “허위정보는 사람들에게 허위로 불안감을 주는 반면에, 그만큼 허위로 안정감을 줄 수도 있기에 안전불감증을 키운다.”고 답했다. 또한 “미디어가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사건, 사고에 대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무언가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안전불감증을 심해지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의 발전은 사람들과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악화시키고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민식이법 놀이’가 있다. 민식이법 놀이는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아이들이 ‘법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접하고, 더불어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일한 심리적 사고와 이어져 발생하는 것이다. 

▲ 도로 위 횡단보도에 누워있는 아이들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위의 사진은 8월 2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올라온 사진이다. 이 사진은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민식이법 놀이’라는 내용으로 빠르게 공유됐다. 사진 속 아이들은 스쿨존의 횡단보도에 누워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2019년에 발의된 ‘어린이보호구역치사상죄’, 일명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2019년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만 7세 초등학생 김민식 군이 차에 치여 숨진 후 지속적인 스쿨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하지만 실효성의 거의 없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의 잘못이 아닌 상황에서도 운전자가 무조건적인 처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SNS를 통해 민식이법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깨닫고 악용하는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자리잡았다.

▲ 민식이법에 대해 한문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특강영상이다. (출처: 유튜브)

민식이법에 대한 아이들의 악용사례가 증가하자,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한문철 TV’에 ‘민식이법 특강’이라는 이름의 영상을 여러 차례 업로드 하기도 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는 운전자가 조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식이법 놀이 이외에도 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한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이태원 압사 놀이’가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태원 참사 놀이와 관련된 글이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10대 학생들을 중심으로 ‘틱톡’이라는 SNS에서 ‘#이태원 참사 놀이’, ‘#압사 놀이’와 같이 해시태그를 단 영상들이 업로드 되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경각심 없는 행동이 유행이 되면서 많은 논란이 되었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을 단지 재미로 소비한다는 부분에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 

언론보도와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언론의 보도방식을 꼽을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지적되는 것은 언론의 선정적인 접근태도이다. 피해자들과 사건, 사고의 규모에 대한 추측보도를 서슴치 않는다는 것이다. 크로스체크 등 제대로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후 보도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학부 최지향 교수는 언론은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속보 경쟁’, ‘정부 발표 받아쓰기’, ‘확인되지 않는 루머 보도’, ‘분석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보도’ 등 고질적인 문제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는 2014년 세월호 참사에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KBS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구조가 되었다’고 보도를 했으며, 처음으로 ‘단원고 학생을 모두 구조했다’는 오보를 낸 언론사는 MBN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MBC가 ‘단원고 측 학생 모두 구조’라는 자막을 여러 차례에 걸쳐 속보로 보도했다. MBC는 현장에 나가 있던 기자의 ‘전원 구조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보고를 묵살하고 속보를 내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사고 당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다. (출처: PD저널)

사실 파악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언론사들의 행동은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단원고 학생들과 유족들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사건사고와 관련된 언론의 오보는 사람들에게 사건사고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안전불감증을 증가시키고 언론에 대한 신뢰성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안전불감증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속 언론의 역할

언론의 본질적인 역할은 정부와 사회에 대한 감시이다. 사회 전반의 위험 요소에 대한 안전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평소 재난에 대한 경보기 구실을 꾸준하게 해야 한다. 사건,사고가 발생한 당시에만 기사를 보도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건,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후속 기사를 보도해야 한다.

최지향 교수는 언론은 큰 사건 사고가 있을 경우 “사건 사고의 진행상황을 발 빠르게 중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일회성, 피상적 보도 외에도 해당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문제를 밝힐 수 있는 심층적인 탐사보도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태원 참사 1년 후에도 많은 언론들이 후속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1주기, 2주기 때만 잠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건, 사고의 원인에 대한 분석, 대안 모색 등을 담은 후속 보도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정책적 변화도 일어나고, 또 시민들도 관련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이며 언론 보도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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