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업계 포화, 새롭게 맞이한 불확실성과 대책

윤홍현 기자

문과 전문직 포화상태, 변호사와 회계사 시장 현황은?

전문직 업계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4월 법무부의 제15회 변호사 시험 합격자 발표 이후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합격 인원수의 하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5년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수는 1,714명으로 2024년 합격자 1,744명보단 줄긴 했으나 감소 폭이 30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제15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공개를 앞두고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표한 2026년 국내 전문자격사 현황에 따르면 변호사는 등록자 수 3만 8,235명, 공인회계사는 2만 8,141명으로 등록자 수가 만 명 대인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등 여타 전문자격 직군의 등록 전문가 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정책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이미 변호사5,000명 이상 과잉 공급된 상태이며, 일반 사건 기준으로 변호사 1인당 월 평균 수임 건수가 1건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년 1,500명 이상이 시장에 신규 유입되는 상황은 법률시장을 포화시키면서 기존 변호사와 신규 변호사 모두에게 수임 경쟁 심화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사진 1▲>  대한변호사협회는 높은 변호사 합격자 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에서 협회는 연수기간 충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법무부가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출처: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4월 발표한 논평에서 현 한국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한국보다 인구가 2.5배 많은 일본에 비해 2배 이상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합격자 수 30명 감축은 충분하지 않으며, 1,500명 이하로 그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이미 포화인 법조 시장이 구조적 붕괴에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감’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해 법무부의 미비한 인원 감축에 우려를 표했다.

회계사 시장도 상황이 다르진 않았다. 한국회계학회에 따르면 2025년 공인회계사 최종합격자 1,200명 중 28.2%인 338명 만이 10월 말 기준 실무 수습 기관에 등록했다. 공인회계사법 제7조와 동일 법률의 시행령은 공인회계사 합격생은 회계법인, 감사반, 금융감독원 등 정해진 기관에서 1년 이상 실무 수습을 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수습 기관 미지정 회계사는 현재 실무에 투입되지 못하고 아무런 직업 행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포화 전문직 시장, 현직자와 진입 희망 대학생은 어떻게 바라볼까?

1년 차 이길수 변호사는 법률시장의 서비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변호사 공급은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변호사 시장에 정확히 매년 얼마나 변호사가 필요할지는 예측이 불가능하나 현재와 같은 추세로 신규 변호사가 공급된다면 지나친 경쟁과 법률 서비스의 질 저하, 신규 변호사 기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로 21년 차인 이연희 회계사도 회계사 시장에 대해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회계사는 특히 신규 회계사들이 실무를 익힐 수습 기관도 배정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공급 과다가 회계사 직업 전체의 선호도와 매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우려했다. 회계사와 변호사 시장 모두 신규 진입자 수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소리다.  

중앙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회계사 지망생 송한서 씨(21)는 현재 회계사 수요가 공급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걱정이 크다. 자신이 미지정 회계사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또한 크다. 더불어 회계사라는 직업이 정책과 법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들어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그는 진로 변경까지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를 꿈꾸는 숭실대학교 법학과 재학생 임효정 씨(21)가 바라보는 전문직 과잉 상황은 달랐다. 그는 변호사 시장의 포화 현상 자체를 수요에 맞지 않는 과잉 공급으로만 쳐다보지 않았다. 단순한 포화라기보다는 법률 서비스에 대한 진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법률 서비스의 접근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변호사의 ‘수’가 아닌 변호사가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두 학생 모두 신입 공급을 줄이는 방안에는 동의했다. 자신의 합격 가능성과 관계없이, 시장의 안정성과 전문직 서비스의 질을 위해 진입의 문 턱을 올리는 것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직 취업 준비, 진로 변경의 어려움과 불확실성의 연속

임씨와 송씨는 모두 진로 변경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과 직무(마케팅, 영업, 인사 등)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희망 직무와 관련된 서포터즈 활동이나 자격증을 통해 미리 대외활동 경력을 쌓아둔다. 반면 전문직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오직 시험을 준비해왔기에, 시험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가지려 할 때 성적 이외 측면에서의 경쟁률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임 씨는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단순한 공부량과 시간 투자를 넘어 20대 청춘을 다 바쳐야 하는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신규 변호사의 공급 과잉도 문제이지만, 변호사시험의 응시 자격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인 터라 로스쿨 입학을 위해 리트 시험까지 준비하며 달려오다가, 갑자기 길을 바꾸기란 어렵다는 소리다.

이길수 변호사는 로스쿨을 졸업한 후 변호사시험을 합격하지 못하거나 응시하지 않은 경우 일반 회사에 있는 법무팀이나 법무법인의 일반직 취업을 통해 로스쿨에서 3년간 배운 법률적 지식을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연희 회계사 또한 시험을 준비하며 얻을 수 있는 전문 지식을 이용해 진로를 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별다른 스펙이 없더라도 공무원 세무직이나 공기업처럼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직종을 선택하면, 그동안 축적한 공부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와 이 회계사 모두 대학생들이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하는 몇 년의 과정이 시간을 허비하거나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문직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변수, AI

지난 4월 발표된 한국정책학회의 법률시장 구조 변화와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 산정 연구에 따르면, 이미 5,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과잉 공급된 상태다. 게다가 법률 분야의 AI 확산은 이 공급 과잉을 가속해 2030년에는 변호사 직무의 80%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로앤컴퍼니는 2025년 7월 법률 AI서비스 ‘슈퍼로이어’의 롱폼 기능을 출시해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사용자가 입력한 프롬프트에 따라 법률문서를 자동 생성할 수 있도록 기능을 향상했다. 또한 슈퍼로이어는 제14회 대한민국 변호사시험 선택형 시험에서 150문항 중 123문항을 맞히며 상위 5%에 달하는 정답률을 기록해, 전문직의 단순 업무를 AI가 대신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진 2>  로앤컴퍼니의 슈퍼로이어 홈페이지. 변호사시험 정답률과 지금까지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전문 법률가 보조 AI로 홍보하고 있다. (출처: 슈퍼로이어 홈페이지)

회계사 시장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다. AI 등장 이전 신입 회계사들이 담당하던 대규모 기초자료 조사 및 데이터 분석을 이제는 AI가 대신하게 됐다. 삼일회계법인에서 만든 세무 전문 AI ‘Tax Agent’는 사용자의 질문에 맞춰 AI가 매주 업데이트되는 판례와 웹 서치 기능을 통해 전문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이길수 변호사는 AI의 가파른 성장세로 신입 변호사의 채용이 막히는 일도 멀지 않아 일어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년 전과는 다르게 전문 법률 AI가 아니더라도 클로드나 제미나이 등 포괄 AI서비스에서 조차도 AI할루시네이션(생성형 AI모델 출력에서 발견되는 허위 또는 부정확성)이 눈에 띄게 줄며 송무 업무를 담당하는 저연차 변호사들의 자료 리서치, 법률 문서 초안 작성 업무는 이미 대부분 대체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연희 회계사 또한 조서 양식, 샘플링 등 단순 회계업무에는 현재도 AI가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AI의 활동 영역은 더더욱 확대되고 신입 회계사의 일자리는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두 전문가는 회계감사, 컨설팅, 변호인 의견서, 변론 요지서, 양형 자료 등 여전히 사람의 검토와 의견이 요구되는 영역은 존재하며 그 분야에서 인간의 지능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이러한 분야는 고객의 선호를 받고 경력이 쌓인 회계사, 변호사가 담당하는 분야다. 따라서 특히 AI의 존재는 신입 회계사, 변호사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다.

<사진 3>  삼일회계법인의 Tax Agent 홈페이지의 Tax Agent 사용 예시. 프롬프트에 판례 및 개정안, 세법의 내용과 자료를 입력하면 AI가 자료 정리 및 시사점을 제공한다. (출처: Tax Agent 홈페이지)

전문직 포화상태, 불확실성에 대한 대책은?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에 더해 새롭게 등장한 AI는 회계사의 신입 연수기관 미지정 문제와 변호사의 수임 건수 감소 등 기존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노동시장 내 수급 불균형이 임금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AI의 업무 영역 확대까지 더해지며 신입들은 업무를 대체 당하고 경력자들은 수임 경쟁 속에서 난도가 높은 일을 맡아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다.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것과 별개로 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길수 변호사는 법무부가 변호사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신규 변호사 합격자 수를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진입자 수를 조정함으로써 기존 종사자와 신규 인력의 연수 기회를 모두 보호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진입 제도의 개선 뿐만 아니라, 현장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의 보완도 요구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정감사제도다. 지정감사제도의 일부 면제 조항에서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감사 업무가 요구되지만, 수임 시간은 제한적으로 인정돼 실제 업무 투입 시간과 제도상 인정되는 시간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실제 업무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들은 보완하고, 기존 종사자들의 과도한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전문직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일반 직군들과는 다른 시험 준비, 전문직 관련 제도 개편, 전문직 시장 포화, AI의 등장으로 전문직 진입과 전문직 진입 후 전문성을 키우는 것에 대한 불안의 요소가 산재한다. 변호사·회계사 시험 합격자 감축이 시장에 진입한 신규 인력이 충분한 연수와 실무 경험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대두된다. 신입 회계사의 수습 기회와 경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며 전문직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연희 회계사는 기존에는 전문직의 사회적 신망과 경제적 안정을 준다는 기대가 컸으나, 달라진 포화상태의 전문직 시장을 언급하며 현 전문직 시장의 레드오션을 고려해 축소된 전문직의 역할 안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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