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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사웹진
오다혜 기자
“마약 투약을 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고등학생 김주아 양(16)은 2023년 당시를 회상하며 지드래곤 마약 투약 의혹에 대한 자신의 첫 판단을 이같이 전했다. 김 양은 평소 연예계 소식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의 반응이 궁금해 기사 댓글 창을 열었다. 댓글에는 지드래곤의 과거 행동과 방송 속 모습을 근거로 의혹을 기정사실로 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김 양은 “주변 분위기와 댓글에서 다들 ‘마약 한 게 맞다’는 식으로 그럴듯한 근거를 대며 말하니 무의식중에 사실로 받아들이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판단 방식은 특정 인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 양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악의적인 의혹 게시글과 관련 기사를 접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해당 게시글은 인기 가수 A 씨의 공항 출국 태도 논란을 다룬 내용이었다. 출국 심사 당시 A 씨가 한 손으로 여권을 받는 듯한 영상이 퍼졌고, 기사 댓글 창은 비난 여론으로 가득 찼다. 이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이 공개돼 A 씨가 두 손으로 여권을 건넨 사실이 확인됐고 오해가 풀렸다. 하지만 김 양은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부정적인 댓글 잔상 때문에 A 씨에 대한 편견을 쉽게 거두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사진 1 ▲> 포털 뉴스 기사 아래 길게 늘어선 댓글 창을 응시하는 취재원 김주아 양.
고관여엔 주관 유지, 저관여엔 댓글 여론에 동화
주목할 점은 청년층이 모든 이슈에서 댓글에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신이 잘 알고 있거나 관심이 깊은 ‘고관여’ 사안에서는 주관을 유지하지만, 정보가 부족하거나 생소한 ‘저관여’ 사안에서는 댓글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제 막 참정권을 얻은 대학생 문정현 씨(19)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문 씨는 평소 관심이 높은 케이팝(K-POP) 산업 이슈에서는 논란이 된 원본 영상이나 게시글 등 관련 자료를 평소에도 접해왔다. 덕분에 사안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있어, 특정 연예인을 향한 악의적인 비난 댓글을 봐도 이것이 단순 비방용 내용임을 빠르게 구분해 냈다. 하지만 정치 사안을 접할 때는 태도가 달라진다. 문 씨는 “투표를 앞두고 정치 기사를 찾아보았지만,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해당 공약이나 인물이 좋은지 나쁜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기사 본문을 읽은 뒤 자연스럽게 댓글 창을 보게 되는데, 부정적인 댓글이나 설득력 있게 적힌 의견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그 방향으로 생각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위 10%가 독점한 댓글 창, 착시 되는 ‘0.3%의 여론’
청년층이 이슈 성격에 따라 댓글 수용 태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은 연구 결과로도 증명된다. 2012년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재원 교수가 발표한 ‘인터넷 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의 효과 연구’에 따르면, 독자는 잘 알지 못하는 저관여 이슈를 접했을 때 기사 본문의 논리적 타당성을 깊이 숙고하기보다 댓글이 형성하는 분위기나 다수 의견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이용자 대다수(66%)가 댓글을 단순 훑어보기 방식으로 소비해도 논리적 외형을 갖춘 댓글이나 부정적 태도를 담은 댓글은 독자의 인식과 기사 평가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독자들이 대중 전체의 생각으로 신뢰하는 댓글 창 자체가 사실상 소수 이용자에 의해 독점·왜곡됐다는 점이다.
2025년 SBS 취재팀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댓글 작성자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이 전체 댓글의 73~75%를 작성했다. 특히 수개월간 상위 작성자 100명이 단 댓글이 23만 개를 넘었다. 전체 이용자 1인당 평균 댓글 수가 2.5개 수준인 점에 비춰볼 때 댓글 창의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0.3%에 불과한 소수 의견이 온라인 공간에서 과잉 대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2 ▲> 포털 뉴스 댓글의 상위 작성자 집중도 및 댓글 쏠림 현황. (출처: 누리집 워드미터)
정치 영역처럼 독립적 판단이 필수인 분야에서 청년층의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20대)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 비율은 78.6%에 달하며,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응답한 비율 역시 58.9%로 기성세대보다 높았다.

<사진 3 ▲> MZ세대 성향 조사 데이터. 소수가 댓글 여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무당파 비율이 높은 청년층은 여론 착시를 경험하기 쉽다. (출처: 한국행정연구원)
정치적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이념적 지향점이 확립되지 않은 청년층은 댓글 여론에 더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소수 0.3%가 주도하는 댓글창에 계속 노출될 경우, 이를 대중 전체의 민심으로 착각해 편향된 판단을 내릴 위험이 크다.
‘댓글 우선’에서 ‘본문 우선’으로… 비판적 사고 확립돼야
객관적 사실 전달을 지향하는 뉴스 기사와 달리, 댓글은 작성자의 주관과 프레임이 강하게 개입된 공간이다. 특정 소수가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성하거나 특정 인물을 비방하고 오해의 소지를 일으키는 댓글이 양산되는 온라인 여론 환경에서, 무비판적인 댓글 수용은 독립적 사고를 마비시킬 수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현상이 분명하지 않거나 스스로의 주관이 부족할 때 타인의 의견을 기준점으로 삼으려는 ‘참조 틀’ 욕구와 대세에 동조하려는 ‘밴드왜건 효과’가 크게 작동한다”라며 “독자들은 댓글 내용의 객관적 타당성과 무관하게 댓글의 긍정·부정 분위기 자체에 영향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정보 접촉 순서의 전환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댓글을 먼저 확인하거나 댓글 분위기로 기사 내용을 예측하는 습관을 버리고, 반드시 기사 본문과 객관적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한 뒤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정리하는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공간이 확대되면서 시민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공론장 기능은 확대됐으나, 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개인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권리를 저해한다. 소수 익명 댓글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 사실에 기반해 스스로 주관을 세우는 청년층의 비판적 사고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취재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본 문정현 씨는 “댓글을 판단의 주축이 아닌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는 정치처럼 다소 어렵고 생소한 분야라 할지라도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관련 지식을 쌓고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