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상승이라는 수치 뒤 가려진 진실, 중장년은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박연수 기자

최근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중장년층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10년간 아르바이트 지원 데이터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전체 아르바이트 지원자 가운데 50대 이상 비중은 9.3%를 기록했다. 2017년 같은 기간 2.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은 중장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2026년에 발표한 고령자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령자 고용률이 2025년 70.5%까지 오르면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0%를 돌파했다. 고령자 고용률은 55~64세 인구 중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 비율이다. 고령자가 다시 일자리를 찾는 이유는 은퇴 이후 연금 수령 시점까지 이어지는 ‘소득 크레바스(공백)’ 때문이다.

청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르바이트 시장에 새로운 연령층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장년층의 재취업

중장년층이 일을 그만두기 적절하다고 여기는 시점과 실제 일터를 떠나는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통계청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중장년층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49.4세에 불과하다. 반면,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연령은 평균 73세에 달한다. 이는 약 20년 이상의 잠재적인 소득 공백기 발생 가능성을 의미한다.

<사진 1 ▲> 중장년이 일자리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 유지로 나타났다. (출처: 서울시50플러스재단)

2024년 세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한상윤 교수가 발표한 ‘중장년층 재취업 과정의 어려움에 관한 유형화 연구’에도 이러한 현실이 드러난다. 연구에서 중장년층이 재취업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가운데 ‘나이로 인한 취업 기회 자체의 차단을 경험’한 비율은 40.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적절한 정보 습득의 어려움(25.4%), 환경미화원 등에 한정된 제한적인 취업 직종에 대한 어려움(29.2%)도 재취업이 어려운 요소 중 하나로 높았다. 일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하지만 나이와 정보 부족, 제한적인 일자리 선택지라는 현실의 벽이 이들의 재취업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장년층이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정부는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위해 중장년내일센터라는 고용서비스를 실시한다. 구체적으로 재취업 컨설팅, 직업훈련 연계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중장년층의 재취업 및 노동시장 참여를 도모해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한다. 그렇지만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장년층의 재취업이 힘든 현실이다. 중장년층은 구조적으로 재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으나 이를 해결할 실질적인 대안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일자리를 원하는 중장년층은 늘어나는 반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폭은 넓어지지 않는다. 결국 중장년층을 비롯해 새로운 연령대의 구직자들은 기존의 재취업 시장을 넘어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재취업 대신 선택한 길, 아르바이트

국회미래연구원이 2026년 발표한 연구 ‘고령층은 왜 계속 일하는가’에 따르면, 새롭게 고령층에 진입하는 세대는 과거에 비해 학력과 자산, 노동 경험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들이 일을 지속하는 이유 역시 단순한 생계유지를 넘어 생활 수준 유지, 사회적 참여 등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 일터에 남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경제적 필요’였다.

문제는 일하고자 하는 중장년층, 고령층이 늘어나는 만큼 이들의 취약한 재취업 환경을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를 이유로 재취업의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자리를 원하는 중장년층의 절박함을 이용해 열악한 근로조건을 제시하거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송지원 씨(55)는 나이 때문에 아르바이트 지원 자체를 망설였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구한 일자리에서는 잦은 일정 변경과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침해받은 상황도 겪었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쉽게 일을 그만두지 못했던 이유 역시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송 씨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주휴수당 지급 요건을 충족할 만큼 일했지만 근무했던 사업장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같은 시간 동안 근무한 대학생은 주휴수당을 받았다. 중장년층이 청년층보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이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일자리를 쉽게 그만두거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이 악용된 셈이다.

중장년층 아르바이트생은 청년층 근로자보다 나은 점이 있다. 실제로 송 씨와 함께 근무한 다른 중장년층 근로자들 대부분 7~8년 이상 장기간 근무했지만, 청년층 근로자들은 한 달 사이에도 수시로 그만둬 교체됐다고 한다. 고용주 관점에서 근로자가 자주 교체되면 교육하는 시간과 수당 등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비용이 많다. 또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2025년 실시한 중장년과 청년의 일자리 생태계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중장년층은 ‘회복탄력성’과 ‘자기효능감’ 같은 심리적 자본에서 강점을 보인다. 이는 조직 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버텨내는 힘은 중장년이 더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의 속도에 뒤처진 중장년층

2023년 양정승 교수가 발표한 ‘중장년층의 직업이동 연구: 네트워크 분석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 따르면, 중장년층 노동시장은 저임금 직업 중심인 경우로 형성돼 있다. 중장년층 대다수가 임금 수준의 최정점에 있거나 점차 하락하는 구간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민영 씨는 중장년층 채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실제로 많이 고용하고 있다. 김 씨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새로운 업무를 익히는데 청년층보다 시간이 걸릴 수는 있으나 숙지한 후에는 완벽한 수행 능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일부 지원자의 경우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경력이 단절됐거나 사회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자들은 업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소통이 다소 유연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력 단절이 단순히 일자리의 공백에 그치지 않고, 중장년층이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장년층이 새로운 직무로 이동할 때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새로운 기술 적응력이 중요해졌다.

이경선 씨(60)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이 씨는 “하고 싶은 일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격차가 커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장년의 경우, 경력 단절 기간 때문에 구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렇기에 이 씨는 주민센터 등 중장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관에서 다양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한다면 구직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용주가 바라본 중장년 노동자

중장년 아르바이트생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어떨까.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예은 씨는 중장년 근로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모 부양 등 분명한 생계 목적을 가진 이들이 많아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높다는 이유다. 김 씨는 “주변 사장님들 사이에서도 중장년층 아르바이트생은 책임감 있게 일한다는 평가가 많다”라고 말했다. 현재 중장년층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추가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게 된다면 중장년층 근로자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학원을 운영하는 김 씨 역시 중장년 아르바이트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이들이 쉽게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로 ‘사회적 편견’을 꼽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업무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고, 대면 서비스 직군에서는 청년층이 가진 젊고 활기찬 이미지에 대한 선호가 강해 고용주들이 중장년층 채용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문제, 다른 해법을 찾은 해외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약 4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5월 2일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65세 이상 인구의 고령 노동자 인구 비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 고령층 노동 인력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취업 장벽과 열악한 일자리 구조로 인해 효율적으로 이들의 경력과 지식을 활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에서 정년 이후 고용 형태는 대체로 계약직 또는 초단시간 노동 중심으로, 고령자들의 노동시장 내 고용 안정성에 한계가 있다. 일본은 고령자를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제도권 노동력으로 관리해 온 반면, 한국은 정규 일자리에서 이탈한 이후 재유입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즉 일본은 법적 정년 이후에도 거의 99%에 가까운 수준으로 재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저출산 고령화로 감소할 전망이지만 전체 경제활동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노동 공급 증가를 이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정년 연장이 아니라 재고용 확대를 제도화해 고령자의 일자리를 확보해 왔다. 한국도 고령자 고용률은 높은 편이지만 일본과 비교해서 고령자 고용에 대한 제도가 미비해 고령자 일자리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중장년 일자리 수요자(재취업 희망 중장년)와 공급자(중장년 채용을 원하는 기업)가 서로 원하는 일자리 내용이 맞지 않는 부분이 크다.

일본은 자원봉사적 성격이지만 보수를 지급하는 실버인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고령자가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면서도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2025년 중장년 일자리 수요조사 연구에서도 나이가 많고 소득이 낮을수록 공공·사회 공헌 일자리 확대에 대한 정책 중요도 인식이 높게 나타난다. 이는 경제적 필요가 큰 중장년층일수록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안정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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