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표는 있는데 가격은 없다? 결제 직전까지 모르는 미용실 가격… 소비자 불만 커진다

김지현 기자

미용실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결제할 때까지 가격을 모르는 불편을 겪는다. 같은 숏컷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비싼 요금을 청구받거나 시술 도중 기장 추가비와 클리닉 비용이 붙기도 한다. 일부 미용실은 정찰제를 시행해 투명성을 확보하지만 여전히 다수는 DM 문의만을 유도하며 가격을 숨긴다. 불분명한 가격 체계와 성별에 따른 요금 차이는 미용 업계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린다.

예기치 못한 결제 순간

실제로 서울의 한 미용실을 찾은 소비자 조민희 씨(21)는 남성과 똑같은 디자인의 투블럭컷을 하기 위해 가격표에 기재된 남성 커트 가격을 생각하고 방문했다. 하지만 결제 단계에서 여성 고객 기본요금이 적용됐다며 예상보다 1.5배 높은 금액을 요구받았다. 기장 추가나 별도 시술 없이 단순 커트 가격이 성별에 따라 달랐다. 해당 미용실은 같은 투블럭이어도 성별에 따라 스타일이 다르다는 답변 뿐이었다. 조 씨는 “똑같이 자른 건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가격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결제 직전에 비용을 청구하는 불투명성이 가장 큰 문제라 지적했다.

미용실이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사전 안내하지 않아 소비자가 결제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금액을 부담한 사례도 있다. 대학생 김나연 씨(22)는 시술 전 안내받지 못한 기장 추가비와 클리닉 비용이 최종 결제 단계에서 붙어 예상보다 훨씬 비싼 금액을 냈다. 트리트먼트와 간단한 커트를 위해 미용실을 찾은 김 씨는 기본 시술만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계산 시 기장 추가비와 별도 클리닉 비용이 추가돼 처음 예상한 금액의 거의 두 배를 지불해야 했다. 그는 시술 전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선택하지 않은 서비스가 자동으로 추가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불명확한 가격 구조

<사진 1 ▲> 직급별 가격을 명시해 두지 않아 소비자 대부분은 담당 디자이너의 직급에 대한 정확한 가격을 알 수 없다. (출처 : 서울의 한 미용실이 네이버 지도에 게시한 가격표)

많은 미용실이 ‘커트·펌·염색’과 같은 기본 가격표를 제시한다. 하지만 세부 비용은 머리 길이나 모발 상태, 디자이너 계급처럼 모호한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디자이너 직급에 따른 가격 차이는 소비자가 사전에 명확히 인지하기 어렵다. 예약 과정에서 담당 디자이너의 직급이 추가 비용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매장마다 직급 체계와 가격 기준도 달라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다. 막상 원장에게 예약해도 추가금은 받고 시술 대부분의 과정은 아래 직원들이 하는 사례도 많다. 기장 추가금이나 클리닉 비용도 서비스 시작 전 미안내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약 65%의 소비자가 미용실 가격 미안내로 인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

같은 머리, 다른 가격

<사진 2 ▲> 같은 투블럭 기장이지만 성별에 따라 가격이 다른 소위 핑크택스가 부여되는 여성 커트 가격 (출처 : 인스타그램)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문제는 핑크택스(Pink Tax)다. 핑크택스는 성별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것으로 여자는 같은 숏컷이어도 남성보다 비싼 요금을 내야 한다.

핑크택스는 가격 불투명성이 만들어낸 결과기도 하다. 미용실에서 성별에 따른 가격 차이가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단순히 요금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가격 차이가 어떤 기준과 근거로 산정됐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표에 ‘커트’라는 동일한 항목이 존재하지만 실제 결제 단계에서 성별, 기장, 디자이너 직급에 따라 모호한 기준이 뒤섞이며 가격이 달라진다. 여성 요금이 관행적으로 더 높게 책정될 경우 소비자는 합리적 차등이 아닌 핑크택스로 인식하게 된다. 소비자는 핑크택스는 가격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미용업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DM 문의의 벽

<사진 3 ▲> 가격을 비공개하고 DM 문의만 받는 미용사들 (출처 : 인스타그램)

최근 미용사와 디자이너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홍보한다. 하지만 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DM으로 문의하세요”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가격 확인을 위해 일일이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가격 비공개에 따른 불투명성으로 소비자에게 심리적 장벽과 정보 비대칭이 커진다.

정찰제를 택한 미용실들

이런 불만 속에 일부 미용실은 정찰제를 운영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다. 이 미용실들은 메뉴판처럼 모든 시술 가격을 사전에 공개한다. 소비자를 의식해 ‘기장추가 비용 없음’을 홍보요소로 활용하는 미용실도 늘어났다. 정찰제를 시행 중인 프랜차이즈 미용실 ‘제니스튜디오’는 키오스크 결제 방식도 도입했다. 하지만 다수의 미용실은 여전히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비정찰제를 고수하고 있다.

경기 파주에서 혜리베리헤어를 운영 중인 문혜리 디자이너는 정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는 결제 단계에서 예상보다 높은 금액을 안내받으면 시술 만족도와 별개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 디자이너는 작업에 따른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그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을 숨겨 단기 매출을 올리기보다 처음부터 투명하게 가격을 공개해 고객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구조가 장기적으로 단골 형성에 도움이 된다”며 가격 투명성이 곧 업계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찰제를 시행하는 미용실을 이용해본 소비자 서승예 씨(23)는 결제 직전까지 정확한 금액을 몰라 불안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돼 좋다고 답했다. 서 씨는 가격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존중받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앞으로 정찰제 미용실을 주로 이용할 것이라 답했다. 서 씨는 “결과가 비슷하면 금액을 명확히 공개하는 곳을 선택하겠다”며 “가격을 숨기지 않으니 신뢰가 커져서 재방문 의사가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소비자의 목소리

소비자학 전문가들은 성별 가격 차별이 권익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한 가격을 명확히 공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장기적으로 업계 신뢰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한다.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김시월 교수는 미용실 가격 불투명성이 소비자의 선택권과 신뢰를 동시에 약화 시킨다고 지적했다. 가격의 투명성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충성 고객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고리다. 김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과 정세 불안정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진 상황에 가격 정보의 부재는 소비자에게 불안감을 주고 심리적으로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가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과거 기획재정부 의뢰로 식음료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옥외가격표시제 활성화 방안’ 연구를 진행할 당시 시범사업과 소비자 반응 조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미용업계에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 역시 업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김 교수는 “미용업계도 옥외가격표시제, 정찰제, 사전 고지 제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 가치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업계 역시 가격이 아닌 서비스의 질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가장 건강한 시장은 결국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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