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상, 새로운 활동 방식…팬덤이 다양해진다

정윤지 기자

‘팬덤’은 더 이상 연예인을 단순하게 소비하는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미디어가 발달하며 나타난 새로운 직업들과 유명인들은 이들의 문화에 반영되고 있다. 이제 팬덤은 과거에 없던 대상을 좇고, 응원하고, 재생산한다.

버추얼 유튜버 팬덤 활동을 했던 하현지 씨(21)는 “일본 노래에 관심도 많았고, 주변인들이 보길래 따라서 보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팬덤 활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간단한 동기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대상과 활동 방식이 변했다. 과거의 팬덤 활동은 주로 연예인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서 그쳤다. 이제는 능동적으로 대상에 대한 콘텐츠를 직접 창작하고 생산한다.

새로운 대상을 좇기 시작한 팬덤

과거 팬덤은 연예인의 팬이 많았다. 하지만 미디어 발달로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의 직업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팬덤들이 나타났다. 팬덤 활동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특히 요즘 눈에 띄는 팬덤은 넷플릭스의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요리사들의 팬덤이다. 그들은 주로 출연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직접 찾아가 고객으로서 출연자를 만나거나, 출연자들을 주제로 한 창작물을 제작해 SNS에 올리는 등의 활동을 한다. 과거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운동선수의 팬덤도 있다.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여자 배구에 대한 팬덤이다. 그들은 단순히 스포츠를 시청하는 것이 아닌, 선수 개개인의 매력과 이야기를 소비한다. 직접 경기를 보러 가 선수를 만나고, 팀과 함께 선수 개인을 응원한다.

그렇다면 팬덤의 다양화는 왜 나타나기 시작했을까? 이는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설명할 수 있다. 미디어의 발달로 개인은 자신을 원하는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드러나지 않았던 직업군들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된다.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이 새로운 유명인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팬덤 활동으로 ‘이런 것’까지 해봤다

과거 팬덤 활동은 기업이 만든 콘텐츠 소비와 그에 대한 팬덤 내 소통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팬덤 활동은 달라진 분위기이다. 가장 큰 변화는 팬덤 성격의 변화이다. 소비자였던 팬덤은 주체적 생산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직접 2차 콘텐츠를 생산하고 역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주체에게 끼친다.

<사진 1 ▲> 앨범 커버 공모를 진행한 신 씨의 X 게시글 (출처: X)

<사진 2 ▲> 신 씨의 앨범 표지로 채택된 팬의 작품 (출처: 멜론뮤직)

그룹 XD:I의 스완으로 새 출발을 앞둔 싱어송라이터 신지윤 씨(24)는 솔로 앨범 ‘Yellow Light’를 제작할 때 X를 통해 앨범 표지를 팬들에게 공모받았던 경험을 공유했다. 신 씨는 당시 X에 올린 글을 통해 많은 팬이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 공유해 주던 경험이 본인에게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팬이 만들어준 이미지가 앨범 표지로 채택되었고 플랫폼 특성상 팬들이 응모를 위해 올려준 이미지들이 홍보 효과에 도움을 주며 긍정적인 마케팅 효과도 얻었다고 말했다.

판타지 웹소설 팬덤 활동을 하던 대학생 김윤서 씨(20)는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웹소설 특성상 공개분의 다음 내용을 예측해 릴레이 소설을 잇는 활동을 했다. 김 씨는 “단순히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팬덤 내에서 직접 생산 활동을 하며 더 큰 재미를 느꼈다”라고 말했다.

다양화된 팬덤 문화 교차 속의 문제점은…

서로 영향을 끼치는 팬덤 분야도 나타났다. 한 사람이 여러 팬덤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문화를 존중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2023년부터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한국 프로야구가 있다. 기존에 주로 연예인 팬덤에 속했지만, 프로야구에서 응원하는 구단이 생기면서 프로야구 팬덤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구단의 팬인 대학생 김기유하람 씨(20)는 프로야구 팬덤이 커지면서 다른 팬덤 문화가 유입돼 생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프로야구는 자신의 출신지로 팀을 정하는 ‘연고지 문화’가 팬덤의 큰 특징이다. 김 씨는 일부 팬들이 아이돌을 좋아하듯이 좋아하는 선수가 팀을 옮길 때 선수를 쫓아서 응원하는 팀을 바꾸는 ‘팀갈’ 문화를 가장 문제점으로 꼽았다. 연고지가 큰 특징인 프로야구 팬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만을 쫓아 응원하는 것은 야구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진 3 ▲> <흑백요리사> 셰프의 상품 (출처: 이마트24 공식홈페이지)

과도한 팬덤 문화 남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에 팬덤이 존재하지 않던 대상에 대한 팬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팬덤의 주체를 무작정 우상화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상화 현상은 팬들의 과소비 문화를 조장한다. 팬들은 좋아하는 유명인을 만나기 위해 팬 사인회 응모권이 포함된 상품을 수백 개씩 구매하고, 생일 광고판을 임대한다. 과거 팬덤이 대부분 연예인 팬덤이었을 때는 굿즈가 응원 도구뿐이었지만, 현재 팬덤의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의류, 화장품, 식품 등 종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팝업 스토어에서는 등장인물의 특성을 반영한 향수가 출시됐고,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요리사들의 레시피가 반영된 밀키트가 판매된다.

팬덤 문화의 교차와 남용으로 인한 문제의 개선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아이돌 팬덤 문화인 대포 카메라가 야구장에서 남용되며 선수들의 경기를 방해하자 엘지 트윈스 측은 KBO에 대포 카메라 반입 금지를 요청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팬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던 유료 팬클럽 관련 규정을 시정했다. 다양한 문제들이 아직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팬덤의 다양화에서 나타난 문제의 개선은 분명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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